업체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출해 사실상 '등급 미달'인 기업들이 지원받는가 하면 부채비율 초과와 기술력 부족으로 융자금 회수가 우려되는 기업들이 지원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최근 3년여간 정책자금 6천억원가량이 '자격 미달' 기업에 흘러 들어갔다.
감사원은 이 내용을 포함한 중진공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중진공은 기술·사업성 평가결과와 신용위험 평가결과를 종합해 기업의 평가등급을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자금 지원을 결정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2017∼2018년 정책자금 융자를 받은 중소기업의 기술·사업성 평가항목 28개 중 고용실적·수출실적 등 계량화된 정보가 있는 9개 항목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1만6천34개 기업의 평가점수가 잘못 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중진공 광주지역본부는 지난해 4월 A 회사의 '고용창출' 항목을 평가하면서 이 회사의 고용인원이 전년보다 3명 감소(37→34명)해 '보통 이하'로 평가해야 하는데 이와 달리 최고 등급인 '우수'로 평가했다.
감사원이 평가등급을 재산출한 결과, A 회사를 포함한 2천574개 업체가 지원대상 평가등급에 미치지 않는데도 총 3천227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9개 업체는 지원대상 등급인데도 등급 미달로 평가받아 정책자금 총 22억원을 지원받지 못했다.
또한 부채비율 초과기업에는 정책자금을 지원해선 안 되는데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술·사업성이 우수하지 않은 979개의 부채비율 초과기업에 정책자금 2천714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채비율 초과기업이더라도 기술·사업성이 우수하고 융자금 회수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부채비율 초과와 기술력 부족으로 이런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없는 기업들에도 예외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플라스틱 필름 제조업체인 B 회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716.6%로 플라스틱 제품 제조 업종의 제한 부채비율은 432.6%를 초과하고, 기술·사업성 등급도 기준 미달인데도 5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감사원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용위험 평가결과를 검증한 결과, 신용위험 평가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65개 업체의 신용위험 평가등급이 적정 등급보다 높게 계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65개 업체 중 15개 기업은 신용위험 평가등급이 낮아 정책자금 지원이 불가능한데도 총 59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진공의 정책자금 지원 '선착순 사전상담 예약' 제도도 문제로 거론됐다.
정책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중소기업은 중진공 지·본부에서 사전상담을 받고 그다음에 신청 권한을 받을 수 있다.
지·본부는 연초에 사전상담 예약을 받는데 정책자금 규모의 한계로 대부분 연초에 사전상담 예약이 마감된다.
이로 인해 사전상담을 연초에 선착순으로 예약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기술·사업성이 우수하거나 추가 고용계획이 있더라도 정책자금 신청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중진공 이사장에게 ▲ 기술·사업성 평가점수를 기준과 다르게 부여한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 및 평가자 교육·평가기준 개선 ▲ 신용위험평가 시스템 오류 방지 방안 마련 ▲ 선착순 사전상담 제도 보완 등을 하라고 통보했다.
중진공은 기술·사업성이 우수하지만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장기 저리의 자금을 융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조4천150억원의 정책자금을 집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