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나딤 메이즌 패블릭 CEO, 제임스 모팻 패블릭 CDO
(왼쪽부터)나딤 메이즌 패블릭 CEO, 제임스 모팻 패블릭 CDO
"지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에게는 공통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 분야의 플랫폼이 모든 것을 독식해 경쟁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게다가 플랫폼이 유저 데이터, 금전 보상 등 모든 것을 가져가고 있어요. 패블릭(FABRK)은 이 구조를 깨려 합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나딤 메이즌 패블릭 최고경영자(CEO·사진 왼쪽)와 제임스 모팻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진 오른쪽)는 SNS 산업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블릭은 MIT(매사추세츠공대), 하버드대, UC버클리 등 미국 명문대 연구실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모든 SNS를 연결하는 프로토콜, SNS 산업의 인프라'를 표방한다.

"SNS나 채팅 프로그램은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유저들끼리 주고 받는 메시지까지 수익 창출에 활용하죠. 이렇게 기업이 유저들 데이터를 독점하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들은 당신을 위한 제품이 아닌, 그들 자신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겁니다."

메이즌 CEO는 시장을 독식하는 SNS 기업이 유저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만을 지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쟁이 사라지자 개발자들까지 유저 편의성을 위한 개발보다는 유저들의 데이터나 광고를 활용해 수익창출 모델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는 이런 구조를 뒤집었어요. 유저들이 SNS 상에서 스스로 모든 데이터 권한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따라서 패블릭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모든 개발자들은 오직 유저들을 위한 개발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나딤 메이즌 패블릭 CEO
나딤 메이즌 패블릭 CEO
이들은 패블릭을 '피플 프로토콜'이라고도 정의했다.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 간에 소통할 수 있는 '표준규격'이 되겠다는 것. 페이스북 등 쟁쟁한 SNS 기업들이 자리잡은 시장 구조를 깰 수 있을지 묻는 기자의 질의에 모팻 CDO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앙집중형 SNS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친구 수가 5000명으로 제한되잖아요. 네트워크 비용, 알고리즘 작동방식 같은 현실적 문제 때문인데요. 블록체인 분야의 대표적 SNS인 스팀잇 역시 단일 알고리즘과 거버넌스(운영방식)만으로 고정된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 SNS의 개발자들은 유저들에 집중하지 않아요. 이미 대부분의 작동방식이 정해져 있어 바꾸기도 어렵죠. 반면 패블릭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게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예요."

패블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자들이 여러 옵션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즌 CEO도 이 점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SNS를 위한 인프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프라 위에서 데이터는 개인들의 자산이자 수익창출 통로가 되고 개발자들은 경쟁하는 겁니다. 패블릭은 페이스북의 아류를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개발자들을 위한 SDK(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모음)를 만드는 것이죠. 더 나은 페이스북, 더 나은 인스타그램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패블릭입니다."

그는 기존에 신생 SNS들은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많은 유저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유저들에게 우수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짚었다.
제임스 모팻 패블릭 CDO
제임스 모팻 패블릭 CDO
가령 SNS 상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친구들 중 고작 10% 정도에게만 접근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아무리 기능이 우수해도 유저들이 해당 SNS를 사용할 유인이 떨어진다. 페이스북 같이 확고히 자리 잡은 SNS가 독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블릭 네트워크에선 모든 유저들이 데이터의 주인입니다. 친구 목록, 콘텐츠, 메시지 등은 전부 사용자가 권한을 가져요. 이 의미가 크죠. 패블릭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어떠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끼리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공유할 수 있는 거니까요. A앱을 쓰다가 B앱으로 옮기면 기존의 모든 소통이 단절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었던 종전 시스템과 달라지는 겁니다."

신생 앱이라고 해도 이미 패블릭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모든 앱의 유저들이 진입장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유저를 위해 좋은 기능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면 대규모 유저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패블릭은 인프라 단에서 개발자들이 오직 유저를 위한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패블릭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모든 앱의 사용자들이 그들의 잠재 고객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해 사용자 활동마다 보상을 제공키로 했다.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패블릭 재단은 각종 밋업, 경진대회 등을 열어 더 많은 유저와 개발자들의 패블릭 네트워크 유입에 힘쓰고 있다.

서로 다른 SNS끼리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자유롭게 송금이나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아이디어다. 패블릭이 SNS 시장에 던진 도전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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