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모의고사 앞두고도 시험지 유출 의혹…조사 결과 오해로 판단
상대적 박탈감, 의혹 제기, 투서 등 반목 극심이 발단
광주 한 고교가 기말고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으로 시끄럽다.

사안의 경중은 교육청 조사에 따라 가려지겠지만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이 표출된 현재 상황만으로도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광주시교육청과 A 고교에 따르면 최근 3학년 기말고사 수학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진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에도 시험과 관련한 잡음이 있었다.

2학기 모의고사를 앞두고 1학년 학생이 교장 낙인이 없는 지리 시험지를 갖고 있었던 게 발단이었다.

이 학생은 다른 과목을 맡은 같은 학교 교사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의혹에 불이 붙었다.

시교육청과 학교에서 확인한 결과 시험지는 이미 치러진 중간고사 시험지였다.

학생이 중간고사 기출 시험지를 구하기가 어려워 과목 교사에게 부탁해 출력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심을 받은 학생은 전학하고 시험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교사는 명예퇴직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도 확인했듯 앞으로 치를 시험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이미 풀어본 과거 시험지였다"며 "해당 학생은 스트레스 탓인지 오히려 성적이 하락했고, 교사는 그 사건때문이 아니고 심각한 지병으로 명예퇴직했다"고 말했다.

부정이나 비위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학교에서는 한 학기 만에 또 성적관리에 불만이 터졌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수학 동아리에 제공된 '문제 은행'에서 기말고사 일부 수학 문제가 출제됐다는 내용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B 고교에서 발생한 유출 사건을 떠올리고 곧바로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B 고교에서는 지난해 1학기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몰래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돼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A 고교 측은 "학기 초부터 동아리 학생에게 제공된 1천개 가까운 문제 중 일부"라며 문제 유출이라는 시선은 옳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배포된 것도 아니고 누적된 많은 문제에 혼재된 일부가 변형돼 나온 것을 특정 학생 배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 해명에도 가장 어려운 수준의 문제를 일부만 미리 풀어볼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한 조처는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 교사노조는 "재직 교사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모아 집단과외를 한 것으로 규정한다"며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어떤 과목을 했는지, 수강료는 얼마를 냈는지 교습행위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잇단 의혹 제기는 진학 위주 교육으로 생긴 학생들의 불만, 불신의 표출이라는 평가도 교육계 안팎에서 나온다.

상위권과 중하위권, 기숙사와 비 기숙사, 정시와 수시 등에 따라 차별화한 진학 지도에 일부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A 고교의 의혹도 시험 전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불공정함을 주장하는 글이 학생의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면서 불거졌다.
같은 내용의 글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게시됐다.

이 학교는 수년간 주요 대학 진학에서 다른 학교들을 압도하는 실적을 보여 지역에서는 시샘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학생을 위한 배려나 특혜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 등은 감사를 통해 확인하겠다"며 "차제에 입시 실적에 치중해 학교 현장 진학·생활 지도가 엇박자를 내는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