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무라트 체틴카야 터키 중앙은행 총재(사진)를 전격 해임했다. 미국발(發) 경제 제재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뛰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키 경제가 중앙은행 독립성마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터키 정부는 6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체틴카야 총재를 경질하고 무라트 우이살 중앙은행 부총재를 신임 총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체틴카야 총재가 내년 상반기까지인 공식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두고 갑작스레 해임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 24%인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체틴카야 총재의 통화정책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체틴카야 총재 하에서 리라화 가치 방어와 높은 물가상승률 억제를 위한 고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터키 경제는 지난해 8월 미국인 목사가 터키에서 구금된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가 항의하며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외국 자본이 터키 시장에서 급하게 빠져나오며 리라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20%가량 폭락했다.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가 크게 뛰었지만 불안한 경기 전망 때문에 실업률도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경기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유럽 등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선 사실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