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블랙리스트 지정에 따른 불확실성 낮추려는 전략인 듯
"통신칩 공룡 브로드컴, 보안기업 시만텍 인수 추진 중"
미국 통신칩 업계의 '공룡' 브로드컴이 보안업체 시만텍,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 팁코(TIBCO)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경제매체 CN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고객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 행정부의 거래제한 대상에 오르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소프트웨어를 새 먹거리로 삼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라이벌인 퀄컴 인수를 시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CNBC는 "퀄컴 인수 무산 이후 (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CEO) 혹 탄이 시장에서 오래전 잊힌 오래된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눈길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브로드컴은 지난해 42년 된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CA 테크놀로지를 190억 달러(약 22조3천억원)에 인수했다.

브로드컴은 이번에는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시만텍과 인수를 논의 중이다.

기업가치 155억 달러(약 18조2천억원)로 평가되는 37년 역사의 시만텍은 악화한 재무 상황과 최고경영진의 잦은 교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회사다.

브로드컴은 시만텍 인수가 어그러질 경우에 대비해 팁코를 포함한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도 추진해왔다.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기업 운영에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와 이메일 등 통신 소프트웨어, 보안 앱 등을 말한다.

팁코는 2014년 벤처캐피털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에 43억 달러에 매각됐으나 지난해 재매각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CNBC는 브로드컴의 이런 움직임이 오랫동안 매출의 대다수를 일부 대형 통신칩 고객에 의존해온 이 회사에 근본적인 변화를 뜻한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브로드컴이 CA를 인수할 당시 혹 탄 CEO는 화웨이 거래제한이 닥칠 것이란 사실을 몰랐지만 (사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CA는 이제 브로드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여기에 연 47억 달러(약 5조5천억원) 매출의 시만텍을 인수할 경우 CA와 시만텍을 합친 소프트웨어 부문은 전체 브로드컴 매출의 37%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CNBC는 분석했다.

물론 시만텍의 매출이 최근 1년간 감소세였다는 점에서 시만텍 인수가 성장을 가져다주진 못하지만, 싼값에 보안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게 된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