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가구들은 소파 헤드레스트가 크면 오히려 불편해 합니다. 오히려 이런 디자인이 집을 넓게 만드는 효과가 있고…"

"요즘은 20평대 초반에도 드레스룸을 만드는 추세입니다. 또 디자인은 모던해도 컬러트렌드는 무채색에서 레트로, 요새 뉴트로라고 하죠. 뉴트로 버전의 컬러감이 들어갑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서 색상을 핑크 계열로…"

에몬스가구가 매 반기마다 주최하는 신제품 품평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설명을 들으며 심사지를 골똘히 들여다본다.

이 회사의 대리점주들은 이맘때쯤이면 에몬스가구가 내놓을 신제품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된다. 전국 120여개 대리점에서 모인 점주들이 69개 신제품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심사지에는 각 디자이너들의 신제품에 대한 점수와 진열 여부, 개선 의견이 기록된다.

신제품을 최종적으로 내놓기 전 점주들을 통해 마지막 점검에 나서는 것은 에몬스가구의 오랜 전통이다.

제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실제 영업 성과로 직결되는 점주의 의견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이같은 방식을 택하면 생산부문에서 수요 예측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매 반기마다 이뤄지는 품평회에서 실제 판매까지 이어지는 제품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제품을 낸 디자이너의 제품이 호평을 받지 못하더라도 개인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은 없다. 다만 품평회를 통과해 실제 판매로 이어진 제품이 좋은 성과를 낼 경우 보상이 따르는 방식이다.

조성제 사장은 "5년 전 가구와 지금 제품을 비교하면 그때는 어떻게 그 제품을 판매했을까 싶다"고 했다. 그만큼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이 회사의 신제품 가운데는 검은색 소파가 없다. 그 자리를 연한 핑크색 등의 파스텔 톤의 제품이 채웠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소비자들이 조금 더 편한 색상을 찾는 면이 반영했다고 조 사장은 설명했다.

시장 트렌드 뿐 아니라 경기도 호시절과 비교하면 빠르게 냉각했다. 주택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B2B 사업 분야인 특판 부문의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이사 수요가 줄었고 건설사 분양물량까지 감소하면서, 건설업체 뿐 아니라 가구 업체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매출 2,200억원을 목표로 세운 에몬스가구의 상반기 매출 성적은 8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927억원과 비교하면 실적은 8%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고 에몬스는 설명했다.

에몬스가구의 매출 구조는 개인용 가구 부문 70%, 새로 짓는 아파트 등에 들어가는 가구 판매 사업인 특판 부문 30%로 구성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개인용 가구 부문 매출이 6% 정도 상승했음에도 전체 매출이 8% 줄었다면 이는 전반적인 주택 건설 경기 하락과 관련있음을 의미한다. 조성제 사장은 "사업구조를 감안하면 특판 가구만 하는 회사의 경우 매출 타격이 더욱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는 회사 정책상 영업이익도 큰 폭의 신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그러나 시장을 비관하지만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객의 `가구 생애주기`가 변화하는 것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는 가구를 결혼할 때 한 번, 자식이 결혼할 때 한 번 장만했다면 지금은 30대, 40대, 50대 등 각 세대별로 가구를 교체하고 있어 구매 빈도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베이비부머들이 리클라이너를 구매하는 것은 고객의 생애가치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경기가 나아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제품 진정성` 만큼은 놓치지 않고 더 잘 준비하겠다는 게 조 사장의 변이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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