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2학년 3반 학생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맞춰 질서 정연하게 교탁 앞으로 나와 줄을 섰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 총파업으로 학교 식당 운영이 중단되면서 대체 급식으로 준비된 빵과 오렌지 주스를 받기 위해서였다.
예정된 식단대로라면 오므라이스와 김치콩나물국을 먹었을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조리실 직원 9명 가운데 영양사 1명을 제외한 8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예정된 급식은 전면 중단됐다.
이를 보여주듯 일주일 치 급식 메뉴를 붙여놓은 식당 게시판엔 이날 메뉴가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가동이 멈춘 텅 빈 식당에선 영양사 1명이 전교생과 교직원 950인분의 대체 급식을 점심시간에 맞춰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학교 측은 이날 급식 대신 빵과 주스를 준비했다.
학생 1명당 급식비 2천300원에 맞춰야 하는 데다 식중독 등 위험이 없는 음식을 선정하다 보니 결국 빵과 음료가 전부가 됐다.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밥이나 햄버거 등은 상할 위험이 있어 준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리 준비한 대체 급식은 담임 선생님들이 교실로 옮겨뒀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선생님이 나눠주는 빵과 주스를 받은 학생들은 식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얼굴만 한 빵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한 학생은 빵의 퍽퍽함에 목이 메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연신 주스를 마시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부모님이 따로 챙겨준 김밥이나 유부초밥, 과일 등을 함께 먹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오직 빵과 주스로만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방과 후 학습을 하거나 학원에 가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양이었다.
급식이 아닌 빵을 먹게 된 이유를 아는지 묻자 학생들은 대부분 "파업 때문"이라고 답하며 상황을 아는 듯했다.
한 4학년 학생은 "하루쯤은 급식 대신 빵을 먹는 것도 괜찮지만 앞으로 계속 빵을 먹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이 학교처럼 이날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을 중단한 광주·전남 국공립 학교는 330여곳(잠정)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교 역시 빵이나 떡, 과일, 고구마 등으로 대체 급식을 제공하거나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 오도록 했다.
일부 학교는 단축 수업을 하거나 기말고사·체험학습 등을 시행하며 일부러 학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피했다.
파업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지만 4~5일 파업 인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