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템플대·네브래스카대 공동연구…생쥐 유전체서 HIV 유전자 제거
"유전자 가위로 에이즈 완치 동물 실험 성공"
한때 높은 치사율로 악명이 높았던 에이즈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병이다.

흔히 '에이즈 바이러스'로 불리는 HIV가 침투하면 혈액 면역세포인 T세포를 공격해 무력화한다.

그동안 치사율이 많이 낮아지긴 했어도 HIV 감염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많이 쓰이는 ART(antiretroviral therapy) 치료법은 HIV의 복제 능력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진 못한다.

일단 HIV에 감염돼 ART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

만약 중단하면 HIV가 복제를 재개해 에이즈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치료를 중단했을 때 HIV가 이렇게 되살아나는 건, 바이러스 복제 유전자가 숙주의 면역세포 유전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이 바이러스 유전자는 휴면 상태로 숨어서 약물의 접근을 피한다.

살아 있는 동물의 몸에서 HIV-1 DNA를 완전히 제거하는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치료법이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이번엔 생쥐 실험에 성공한 것이지만 머지않아 인간 임상시험도 가능하리라고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템플대 의대의 카멜 칼릴리 신경과학 석좌교수와 네브래스카대 의대의 하워드 겐델만 감염병 내과 석좌교수가 이끌었다.

관련 연구보고서는 2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날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7/tuhs-hef062719.php])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HIV는 HIV-1과 HIV-2 두 종류로 나뉘는데 이번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HIV-1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HIV-2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만 분포한다.

칼릴리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CRISPR-Cas9 기술로 숙주 유전체에서 HIV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생쥐(mouse)와 쥐(rat)에 실험한 결과, 큰 DNA 조각을 잘라내 유전자 발현도를 낮출 수는 있었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계속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엔 새로 개발된 LASER ART라는 치료법을 추가로 적용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약물 효과를 내는 LASER(long-acting slow-effective release)는, 겐델만 교수가 같은 대학의 동료 교수와 함께 개발한 신종 치료법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LASER ART가 충분히 오래 HIV의 복제를 막고 있는 동안 CRISPR-Cas9으로 여유 있게 바이러스 DNA를 잘라낼 수 있었다.

효과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유전공학 기술로 인간의 T세포를 생성하게 조작한 생쥐들을 HIV에 감염시킨 뒤 LASER ART로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하면서 CRISPR-Cas9으로 DNA를 제거해 봤다.

그랬더니 HIV에 걸린 생쥐 중 약 3분의 1에서 HIV DNA가 완전히 사라졌다.

칼릴리 교수는 "HIV 감염을 치료하려면 LASER ART와 CRISPR-Cas9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라면서 "이제 비인간 영장류 시험을 거쳐 바로 그해에 인간 임상시험으로 나아갈 길이 선명히 열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