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태 손자 "증조모 행적 독립운동으로 인정돼야"…보훈처 "11월 회신"
김해 '만세운동 내방가사' 저자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
1919년 김해 장유지역 만세운동 전말을 내방가사로 기록한 '김승태만세운동가' 원본을 다시 찾은 가운데 이 기록을 남긴 김승태 선생의 어머니 조순남(1860∼1938) 여사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 결과가 주목된다.

김승태 선생의 손자 김융일(77) 씨는 국가보훈처에 조순남 증조할머니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했으며 오는 11월께 심사결과를 통보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2일 밝혔다.

김 씨는 공적조서에서 "그동안 아들 김승태의 행적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조순남 할머니의 독립운동가적 행적이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김승태만세운동가를 통해 독립운동 현장을 1년여에 걸쳐 사실적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독립운동의 한 형태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순남은 1919년 4월 12일 아들 김승태와 김종훤이 의거를 계획하고 이강석과 더불어 세부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거사 당일 현장 모습, 감옥으로 끌려가는 모습, 마을 주민들이 김해 헌병대와 부산 감옥으로 면회 가는 모습, 재판장 모습 등을 상세하게 가사체로 기록했다.

그는 1년여 동안 아들 면회를 다니면서 옥바라지를 했고 그때마다 일제의 만행과 아들의 독립운동가로서 의로운 모습,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만세운동가 자체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도 평가받는다.

김해 '만세운동 내방가사' 저자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
특히 6월 5일 부산지방법원 공판을 보기 위해 찾아온 장유면민들을 향해 호송차에서 내리던 아들 김승태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어머니를 바라보며 눈물을 보이자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소리친 말은 군중들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남아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라"
그가 지은 가사집 표지에 '김승태만세운동가'라고 적시해 두었으나 '만세운동' 부분은 물로써 닦아낸 흔적이 있다.

창원대 이홍숙 외래교수는 이를 두고 수시로 일제가 찾아와 가택수색을 하는 바람에 표지 내용 중 일부를 물로 닦아내고 대신 내지 말미에 '자식 소회가'란 문구를 넣어서 위장한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책은 조순남이 시집간 친정 질녀에게 보내 꼭꼭 숨겨서 보관하도록 했다.

이는 1919년 장유만세운동 기록을 후세에 길이 전하려고 했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홍숙 교수는 "조순남 여사가 남긴 이 책은 한국판 '안네의 일기'에 비견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책은 마치 조선조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을 지어 아들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고발한 것 이상으로 일제에 의해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의연히 맞선 아들과 장유면민의 만세운동을 현장성 있게 섬세하고 유려한 필체로 기록하고 보존해 왔다는 점에서 독립운동에 기여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책 원본은 2005년 3·1절 기념식장에서 후손들에 의해 김해시에 기증됐지만, 그 후 행방이 묘연했다가 최근 시청 서고에서 다시 발견돼 보전처리 및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