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의무 여부 논란에도 수년째 검토…"먹튀 시공사 위한 매입" 지적
시 공원운영과 매수 검토에 감사관실은 행정 절차 위법·하자 감사
[현장 In] 말 많고 탈 많은 동물원 인수하려 무리수 두는 부산시
부산시가 개장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부산 유일 동물원인 '삼정더파크'를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인수하려고 나서 뒷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정더파크는 2001년과 2005년 동래동물원과 성지곡동물원이 폐장한 뒤 지역에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는 각계 목소리가 일자 2014년 4월 개장했다.

시공사가 3차례나 바뀌고 공사가 중단되자 부산시가 공사비 500억원의 은행 대출 보증을 서는 특혜성 협약을 맺는 우여곡절 끝에 동물원은 문을 열었다.

개장 이후에도 동물원 내 산림 무단벌목, 불법시설 설치 혐의로 시공사 삼정기업 사장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 In] 말 많고 탈 많은 동물원 인수하려 무리수 두는 부산시
◇ 의견 분분한 동물원 매수 추진하는 부산시
부산시가 사기업 빚보증을 서면서까지 시민을 위한 동물원으로 만들려 했던 삼정더파크를 개장 6년여 만에 막대한 시민 세금으로 인수하려는 이유는 뭘까.

인수 근거는 2012년 9월 부산시와 시공사 삼정기업, 시행사 '더파크'가 맺은 동물원 정상화 협약이다.

협약의 핵심 내용은 '동물원 완공 후 3년 이내 수탁자가 요구하면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500억원 안에서 소유권을 살 수 있다'는 부산시의 매수의무 조항이었다.

부산시는 지금까지 총 6곳의 법무법인이나 고문변호사 측에 자문한 결과 1곳을 제외한 5곳의 답변을 근거로 동물원 매수를 검토해왔다.

하지만 부산시가 동물원 매수의무 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부산시가 자문한 A 법무법인 검토 결과를 보면 시행사(2015년 7월 폐업)가 사업 추진을 할 수 없게 되면 시공사 삼정기업이 일체의 시행사 지위와 부동산을 인수해 500억원 대출상환을 해야 하는데 시공사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 부산시가 동물원 매수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부산시 매수의무는 시행사나 시공사가 500억원 대출 변제 노력을 전제로 하는데 그런 활동이나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동물원 매수의무가 있다는 전제하에 수년째 동물원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 In] 말 많고 탈 많은 동물원 인수하려 무리수 두는 부산시
◇ '먹튀' 지적받는 시공사 삼정기업
폐업한 시행사 '더파크'를 대신해 신탁사인 KB부동산신탁이 동물원 시행사로 지정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산시는 자문 변호사 등에게 문의한 결과 신탁사가 시행사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A 법무법인 등 다수 법무법인은 "시행사의 재산을 형식적으로 소유한 신탁사는 동물원 시행사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자격이 없는 신탁사에 동물원 시행사 지위를 줬다면 동물원 운영은 불법이며, 시행사 지위를 부여한 부산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부산시가 기존 시행사 '더파크' 동의 없이 부산시 동물원 매수 의무기한을 2017년에서 2020년으로 연장한 것도 문제다.

애초 동물원 정상화 협약 체결자 중 하나인 '더파크'가 폐업했지만, 각종 세금이 부과되는 등 법인 청산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부산시의 동물원 매수 의무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협약을 변경하려면 시행사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은행 돈으로 공정률 70%였던 동물원 공사를 마무리하고 동물원 운영까지 맡아 입장료 수익과 인지도 상승효과를 본 시공사 삼정기업은 부산시가 동물원을 인수하면 별다른 부채 없이 동물원 사업을 접게 된다.

삼정기업은 시행사가 폐업하면 시행사 지위와 동물원 부동산을 인수한다는 자금관리대리사무계약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부산시가 동물원 운영으로 이득만 보고 손을 떼는 사기업을 위해 동물원을 수백억원을 들여 사겠다고 나서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장 In] 말 많고 탈 많은 동물원 인수하려 무리수 두는 부산시
◇ "초기 인수비용만 800억원 이상, 동물원 인수 재검토해야"
이처럼 동물원 매수의무와 기한 연장, 시행사 변경 등에서 논란이 빚어지는데도 부산시가 동물원 매수를 결정한다면 소송 등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가 동물원 불법을 묵인한다는 지적을 해온 전진영 전 부산시의원은 "부산시가 동물원을 인수하려면 감정평가액 600억원에 더해 삼정기업에 보상할 주차장 시설 등 초기 비용만 800억원이 넘어 대출 보증액 500억원을 훨씬 넘을 것"이라며 "인수비용과 별개로 동물원 인수에 법적 다툼 여지가 많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할 수도 있어 부산시가 동물원 인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일부 채권자 등의 주장을 알고 있으나 자문 검토 결과 동물원 인수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 전제조건인 사권(시행사 채무액) 해결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4월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당 부서의 입장과 별개로 부산시감사관실은 동물원 매수의무 여부를 포함해 그동안의 동물원 관련 행정 절차의 위법이나 하자 여부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