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에 세계 각국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남·북·미 정상의 만남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서울과 일본 오사카 특파원, 전문가들을 연결해 판문점 회동 의미와 세 정상 발언, 만남의 분위기 등을 상세히 전하면서 향후 미·북 3차 정상회담 등에 대한 전망 등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한 것은 최소 1주일 전부터 계획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한 인터뷰에서 DMZ 방문 때 김정은을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방문할 곳 중 하나”라며 DMZ 방문 계획을 알렸고 ‘만약 김정은이 제안한다면 그곳에서 만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더힐이 지난 25일 공개한 인터뷰 동영상에는 이런 발언이 포함되지 않았다. 더힐은 사전에 대통령 일정이 공개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보안상 이유를 들어 백악관이 비보도를 요청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워싱턴DC와 서울 주변에선 백악관이 지난 며칠 동안 미·북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정가에 퍼졌다고 전했다.

이번 깜짝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 면모가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철통 보안을 유지하며 사전에 준비해오다 즉흥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이는 것이 강조되는 현대 정치에는 능력 못지않게 화제 창출력이 중요하다”며 “이걸 정말 잘 꿰뚫는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리얼리티 TV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트윗에 “이 ‘가짜 외교(fake diplomacy)’로 미국과 남북한이 사소한 영광(kudos)을 누리는 동안 인권침해와 핵정권은 정당화된다”고 일갈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임락근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