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한국 야구 공헌 위해 최선 다해"…KBO "경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 됐는데…"
경찰야구단 마지막 기수 8월 12일 전역하면 해체…7월 10일 한화 2군과 마지막 경기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 승리 후 거수경례 "팬들에게 기억되길"(종합)
9회 초 8-5로 앞선 상황, 유승안(63) 경찰야구단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경찰야구단의 홈경기 마지막 투수 교체.
2009년부터 11년째 경찰야구단을 이끈 사령탑이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석의 팬들이 환호했다.

유승안 감독은 마무리 임대한의 연습 투구를 지켜본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임대한은 9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경찰야구단은 3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 경찰야구장에서 2019 KBO 퓨처스(2군)리그 번외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를 8-5로 눌렀다.

특별한 승리였다.

해체를 눈앞에 둔 경찰야구단은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6회 중월 투런 아치를 그린 이진영은 경찰야구장에서 홈런을 친 마지막 경찰야구단 타자로 남았다.

두산 신민철이 8회에 홈런을 쳐 '경찰야구장의 마지막 홈런 타자' 타이틀을 얻었다.

경기 뒤 유승안 감독과 경찰야구단 선수들은 마운드 근처로 모였고 1루와 홈플레이트 사이에 자리한 팬들을 향해 거수경례했다.

2군 번외경기를 찾아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였다.

벽제 경찰야구장에서 팬들에게 한 마지막 인사이기도 하다.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 승리 후 거수경례 "팬들에게 기억되길"(종합)
유 감독은 "(2009년) 경찰야구단 사령탑으로 부임해 200여명의 선수를 받았다.

선수들 하나하나,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한다"며 "미완성인 선수들이 경찰야구단에서 성장해 KBO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찰야구단은 한국 야구에 공헌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열심히 노력한 구단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양의지(NC 다이노스), 민병헌·손승락(이상 롯데 자이언츠),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등 많은 선수가 경찰야구단에서 성장해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안치홍(KIA), 허경민(두산) 등 가치가 상승하는 선수들도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했다.

경찰야구단은 2011∼2018년, 8시즌 연속 북부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경찰야구단에서는 새로운 유망주를 키워낼 수 없다.

현재 경찰야구단에서 뛰는 11기 선수 20명은 8월 12일에 전역한다.

정부의 의무경찰제도 폐지에 따라 경찰야구단은 12기를 뽑지 못했다.

NC에서 뛰다 경찰야구단에서 복무를 시작한 김태군 등 11기 선수들이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멤버'다.

마지막 홈경기를 끝낸 경찰야구단은 7월 10일 서산에서 한화 이글스와 야구단 최종전을 펼친다.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 승리 후 거수경례 "팬들에게 기억되길"(종합)
김태군은 "마지막 홈경기이긴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한 채 플레이했다.

7월 10일 최종전에서는 기분이 정말 이상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는 경찰 복무로 병역을 하면서도 야구를 계속했다.

경찰야구단 덕에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그런데 내가 얻은 기회를 후배들은 누리지 못한다는 게 참 아쉽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전역하면 KBO리그 원소속팀에서 새 출발 한다.

하지만 코치진은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

코치진들은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한진 경찰야구단 투수코치는 "올 시즌 NC에서 선발로 활약하는 박진우가 경찰야구단 출신이다.

현재 기수 투수들도 KBO리그에서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며 "내 개인 일은 겨울에나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홈경기를 함께 치르는 두산 2군 선수단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 승리 후 거수경례 "팬들에게 기억되길"(종합)
강석천 두산 2군 감독은 "경찰야구단이 유망주를 키우고, 국제대회에도 출전하며 한국 야구에 공헌했다"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야구단이 해체되는 게 슬프다"라고 했다.

류대환 사무총장 등 KBO 주요 인사들은 벽제 경찰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류 사무총장은 "경찰야구단이 KBO리그 경기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줬다.

이렇게 해체 과정을 밟는 게 정말 아쉽다"며 "KBO 차원에서 보완책 등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KBO는 유승안 감독의 사인이 담긴 공, 경찰야구단 마무리 임대한이 던진 마지막 공을 소중하게 챙겼다.

이 기념구는 야구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KBO는 또 8월 중 경찰야구장을 찾아 베이스 등 역사로 남을 야구용품들을 수거할 계획이다.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 승리 후 거수경례 "팬들에게 기억되길"(종합)
경찰야구단 마지막 경기를 기록한 장준봉 기록원은 "2012년 4월 기록원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 기록한 경기가 이곳에서 열린 경찰야구단과 상무전이었다"며 "경찰야구단이 사라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