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게 반성하며 자숙 시간 갖겠다" 사과
'다문화자녀에 혐오성발언' 익산시장 1주년회견 돌연 취소(종합)
최근 다문화가족에 대한 혐오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27일로 예정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익산시는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부 사정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한다.

양해해달라'고 통보했다.

정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익산시청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간의 시정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기자회견 취소는 정 시장이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잡종강세' '튀기'라는 혐오성 단어를 써 물의를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숙해야 할 상황에서 자화자찬식으로 흐르기 마련인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는 게 부담이 됐다는 얘기다.

정 시장은 대신 익산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다문화가족 비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으로 많은 분에게 상처를 줬다.

처절하게 반성한다"며 "당분간 불필요한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 감수성이 너무 부족했다"고 자책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전체 직원이 인권교육을 받는 등 개선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자녀에 혐오성발언' 익산시장 1주년회견 돌연 취소(종합)
앞서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 나눔 운동'에 참석해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중국과 베트남 등 9개국 출신 다문화가족 6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한 일부 언론과의 해명 인터뷰에서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며 "'당신들이 잡종이다'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정 시장은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에 기반을 둔, 다문화가족 자녀를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사퇴를 촉구하자, "죄송하다.

앞으로 익산시를 1등 다문화 도시로 만들어 그것으로 사죄하겠다"고 머리를 숙인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