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다가온 비트코인 '반감기'도 영향
페이스북 등 대기업들 암호화폐 '본격 진입'
26일 오후 5시30분 현재 비트코인 시세(업비트 기준)는 1510만원 내외를 기록 중이다. 전날 130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다시 껑충 뛰었다. 연초 비트코인이 400만원대였음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날 비트코인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직접 영향을 끼친 요인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코인 파생상품 제공업체 레저엑스(LedgerX)의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승인한 것이 꼽힌다. 현금이 아닌 현물(비트코인)로 결제되는 첫 제도권 승인이란 의미가 있다.
해외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레저엑스의 적격거래소(DCM) 신청이 CFTC 승인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과 손잡고 만드는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백트(Bakkt)도 동일한 실물인수도 방식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실물인수도 방식 서비스가 실현되면 기관투자자 위주로 비트코인 선물 계약 체결이 활성화돼 비트코인 시세에 ‘대형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트만큼의 파급력은 아니더라도 비트코인 현물 결제에 대한 최초 승인으로 관련 규제를 통과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비트코인 상승 요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앞선 21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권고안을 발표한 것도 큰 틀에선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FATF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세부 규제 지침을 내놓고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AML 의무 등을 부여했다.
FATF 권고안은 보다 강화된 암호화폐 거래 기준을 사실상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CFTC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승인한 것과 반대 성격을 띤다. 단 시장은 고강도 규제가 생겼다는 점보다 어쨌든 ‘제도권 진입’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성격상 180도 다른 두 가지 규제 이슈가 결과적으론 ‘암호화폐 상승’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상승세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 비해 두드러지는 현상을 세밀히 뜯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순히 ‘대장주’라서가 아니라 비트코인에만 해당하는 상승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 요인인 비트코인 ‘반감기’가 내년 5월로 다가왔다. 비트코인 상승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비트코인이 탄생할 때부터 설계됐다. 현재 채굴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 12.5개가 지급되는데 반감기를 지나면 6.25개로 줄어드는 식이다.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고 공급량이 줄기 때문에 반감기를 전후로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커진다. 이처럼 시점이 못 박힌 확실한 ‘이벤트’가 예정돼 벌써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페이스북이 지난 18일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 백서를 공개하고 메신저, 왓츠앱 등에서 구매·송금 기능 결제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리브라 프로젝트 재단에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글로벌 카드회사 마스터카드,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승차공유업체 우버,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안데르센 호로위츠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20억명 이상의 페이스북 이용자 풀(pool)에 유명 기업들까지 ‘리브라 컨소시엄’에 참여하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확실한 호재로 인식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 시대, 중국 동참해야’ 제하 칼럼에서 “향후 페이스북이 미 당국과 논의를 본격화하면 리브라는 글로벌 디지털 시장 내 ‘달러 패권’과 같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타 국가들은 (미국) 리브라의 침투를 막기 힘들어진다. 중국도 디지털 화폐를 장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다만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의 절대적 규모는 작아 시세가 요동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 시장은 소수의 ‘큰 손’들에 휘둘리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단기간에 급격한 상승이 온 만큼 큰 하락이 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정장 우려 외에도 몇몇 고래(거물)가 저점에서 매집한 비트코인을 매도해 털고 나가는 시점이 가까워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김봉구/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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