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호찌민 한국학교, 복도를 교실로 개조해도 수용 능력 초과
"입학 못 하면 이산가족 돼 한국으로 가야 할 판"…대책 마련 호소

"아이 학교 입학문제로 밤잠을 설치며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이 돼 일부만 한국으로 가야 할지도 몰라 걱정이 태산입니다.

"
베트남 하노이에서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26일 한 말이다.

한국국제학교가 넘쳐나는 입학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노이 한국국제학교는 최근 2020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을 105명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내년에 입학하려는 300∼400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학교 측은 또 3학년과 5∼6학년은 아예 선발하지 않고 2학년과 4학년도 각각 1명과 2명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추첨은 '로또'라는 말이 나온다.

중등 과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체 입학 수요가 3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올해 2학기에 편입할 수 있는 학생은 고교 2학년 자연계열 9명뿐이다.

편입생 1명을 뽑는 시험에 70명이 응시하기도 한다.

학생 800∼1천명을 예상하고 건립한 현재의 학교 건물에 이미 2천30명이 다니고 있어 졸업이나 전학으로 생기는 결원 이상으로 학생을 모집할 수는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우리 아이도 입학시켜주세요"…베트남 거주 학부모들의 호소
실제 하노이 한국국제학교는 복도를 개조해 교실과 행정실로 사용하는 상황이다.

학급당 학생 수는 40명에 육박해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한다.

교실 20개 정도를 더 확보하려고 신축하려는 고등학습관은 허가가 지연돼 오는 9월께나 착공, 내년 2학기 때부터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호찌민 한국국제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1천904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아직 공고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입학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60명가량을 받아들일 계획이다.

이 학교도 교사 증축이 허가문제로 지연돼 현재 200명 이상이 입학을 대기하고 있다.

지난 5월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편입생을 각각 1명씩 받았는데 수십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급증하면서 교민과 주재원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2015년 연간 투자 건수가 처음으로 1천건을 넘어선 뒤 2016년 1천263건, 2017년 1천339건, 2018년 1천446건으로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319건이 투자됐다.

하노이와 호찌민에는 다른 국제학교도 다수 있다.

그러나 한국국제학교는 연간 학비가 평균 4천 달러(약 463만원)가량인데 비해 해외 교육기관이 운영하는 국제학교의 학비는 연평균 2만5천 달러(약 2천800만원)여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도 입학시켜주세요"…베트남 거주 학부모들의 호소
한 학부모는 "학비 대부분을 지원받는 대기업 주재원 등을 제외하면 한국국제학교가 유일한 희망"이라며 "내년에 아이가 한국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여기에서 일하는 남편만 두고 아이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베트남으로 발령받은 배우자만 먼저 보내고 자녀가 한국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 때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가족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지난 20일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현지에서 건물을 임대해 임시로 학급 수를 늘리는 것이 단기간에 이 같은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상당한 임대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최광익 교장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