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공무원노조 "가해자를 배려했다" 반발…피해자는 스트레스 호소

동료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해 수원시가 '해임' 결정한 남성공무원을 경기도가 '강등'으로 징계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해 문제의 공무원이 업무에 복귀한 데 반발, 경기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이 경기도 인사위원 전원 교체와 징계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임 성추행 공무원, 경기도 소청심사서 강등처분받아 업무복귀(종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성추행·성희롱 가해자를 배려한 경기도는 해명하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수원시의 한 여성 공무원이 올 1월 부서 회식 후 동료 남성 공무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 남성 공무원은 피해 여성 공무원이 업무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 전임자였다.

남성 공무원은 회식 후 집에 가지 못 가게 힘으로 여성 공무원을 제압한 뒤 성추행을 했고, 모텔 입구까지 끌고 갔으며, 집에 돌아가면서도 성희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피해 여성 공무원은 수원시인권센터에 이런 성추행 피해를 알렸고, 수원시 감사부서가 조사를 벌여 대부분 사실임을 밝혀냈다.

수원시는 지난 3월 19일 가해 남성 공무원에 대해 해임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가해 공무원은 경기도에 소청심사를 요청했고, 경기도 소청심사위원회가 최근 해임보다 한 단계 아래인 강등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해 공무원은 지난 19일 업무에 복귀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의 종류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경기도의 강등 결정과 관련, 수원시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경기도가 피해자의 명예와 현재까지 진행되는 고통을 살펴야 하는데 오히려 가해자를 배려하고 선처하는 결정을 내렸다"라면서 경기도의 처분을 비난했다.

노조는 "경기도가 가해자에게 다시 공직생활을 하도록 기회를 준 확실한 기준을 밝히고, 퇴출당하여야 할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납득하지 못한 결정을 한 경기도 인사위원 전원을 교체하라"고 경기도에 요구했다.

최창석 노조위원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직접 해명도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피해 여성 공무원은 가해 공무원과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혹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불면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공무원 노조가 전했다.

또 피해 공무원이 징계수위가 낮아진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수원남부경찰서에 제출한 상황이라고 노조는 덧붙였다.

그러자 경기도는 수원시공무원노조 주장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도는 "소청심사제도는 위법 부당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구제하는 사법 보완적 절차"라며 "경기도소청심사위원회는 경기도에서 독립된 위원회로 소청심사에 관한 업무는 어떠한 감독이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방공무원법 징계 및 소청규정 제8조 2항에는 징계의결시 혐의자의 소행,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 및 징계 등의 요구 내용과 그밖의 정황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는 이번 사건은 소청인이 징계 전력이 없고 초범인 점, 비위행위 직후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며, 총 5건의 포상 경력이 있는 점, 같은 날 상정된 유사한 강제추행 건의 경우 이보다 낮은 정직으로 양형이 결정돼 형평성을 감안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소청심사위원회에 남녀 위원이 동수로 참석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소청인 징계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