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낫 디스터브
두 낫 디스터브
코오롱FnC부문은 지난 4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옷이 안 팔리는 것은 밀레니얼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로 했다. 젊은 직원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외부 인플루언서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서울대 출신 패션 인스타그래머 임기용, 모델 안재형, 김준수, 유채림 씨 등 SNS에서 유명한 20대와 협업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당신은 어떤 옷을 입고 싶은가?” “요즘 20대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등의 질문에 아이디어를 줄줄이 내놨다. 모델 기획사 ‘고스트’에 소속돼 있는 3명의 인플루언서들은 셋업슈트(위아래 따로 입을 수 있는 정장)를 카키색으로 만들자고 했다. 잘 쓰지 않는 색이지만 이를 받아들여 디자인팀은 핏과 색감을 찾아냈다. 이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을 ‘두 낫 디스터브(Do Not Disturb)’란 브랜드로 내놨다. 첫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이달 초 도쿄 시부야 편집숍 ‘XU’에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셋업슈트 등 모든 제품이 다 팔렸다. 국내 온라인 패션 편집숍 ‘29cm’에서도 셋업슈트가 가장 인기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20대의 아이디어에 20대가 반응한 셈이다.

20대 옷, 20대 SNS스타에 맡긴 코오롱FnC
코오롱FnC의 새로운 프로젝트 이름은 ‘커먼마켓’이다. 회사 내부 디자이너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20대들만큼 파격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는 데서 출발했다. 20대 인플루언서가 “이런 옷을 만들어주세요”라고 아이디어를 내면 TF팀 소속 디자이너가 옷을 제작했다. 생산과 유통은 기업이, 기획과 디자인은 인플루언서가 맡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건 코오롱FnC가 처음이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홍보대사로 썼던 기존 협업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기글
기글
커먼마켓의 첫 주자는 ‘기글’과 ‘두 낫 디스터브’ 두 브랜드다. 인플루언서 임기용 씨의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기글은 ‘아메카지룩’(일본에서 재해석된 미국의 작업복 패션) 스타일이다. 통이 큰 바지, 편한 티셔츠 등이 주력 상품이다. 이달 초 와디즈에서 펀딩을 했는데 열흘 동안 1256만원어치가 팔렸다.

두 낫 디스터브는 이달 초 도쿄 시부야에 첫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오사카에 2차 팝업스토어를 냈다. 1차 땐 전 제품이 다 팔렸고 물량을 늘려 오사카에 들어갔는데 도쿄보다 매출이 세 배 많았다. 일본 젊은 층으로부터 반응을 확인한 코오롱FnC는 올해 하반기에 두 브랜드를 테스트용 임시브랜드가 아닌 정규 브랜드로 만들어 키우기로 했다. 또 커먼마켓을 통해 또 다른 신규 브랜드를 테스트하기 위해 계속 인플루언서를 영입할 계획이다.

코오롱FnC에서 온라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영 전무는 “너무 빨리 변하는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밀레니얼의 의견을 반영한 옷이 실제로 반응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커먼마켓을 통해 신규 브랜드를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