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증오연설 금지 3회 이상 위반하면 처벌…日지자체 중 처음

일본 가와사키(川崎)시가 특정 민족이나 인종을 모욕하는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증오 연설)를 억제하기 위해 상습 위반자에게 50만엔(약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조례안을 마련했다.

2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가와사키시는 지난 24일 헤이트 스피치를 3차례 반복할 경우 50만엔 이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은 '차별 없는 인권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가칭)' 초안을 공개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헤이트 스피치 행위를 처벌하는 조례안을 마련한 것은 가와시키시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2016년 5월 부당하고 차별적인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수준의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만들었지만, 이 법에는 벌칙 조항이 없다.

지자체 중에는 오사카(大阪)시, 고베(神戶)시, 도쿄도(東京都)가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역시 형사처분에 해당하는 벌금 규정은 없다.

가와사키시가 이번에 공개한 조례 초안은 공공장소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증오 연설을 하거나, 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3차례 이상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1차 위반자에게는 시장이 중단을 권고하고, 그래도 위반을 계속하면 중단을 명령하게 된다.

3차례 위반 때에는 해당자 또는 단체의 이름을 공표하고 시 당국이 피해자를 대신해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한다.

벌금을 부과할지와 구체적인 벌금액은 조례를 참고해 사법당국이 판단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증오 연설 해당 여부를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와사키시는 또 공공장소가 아닌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과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례 초안은 시장이 시정 권고나 명령을 하기 전에 전문가로 구성된 '차별방지 대책 등 심사회'를 통해 위반자에게 문서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했다.

가와사키시는 작년 3월 공공시설에서의 헤이트 스피치를 사전에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처벌 조항을 담은 조례안 제정을 추진해 왔다.

가와사키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 12월 시 의회에 확정 조례안을 제출해 내년 7월부터 벌칙 조항이 포함된 새 조례를 시행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日 가와사키시, '헤이트 스피치' 벌금 500만원 조례안 공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