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자율주행 페스티벌’. SK텔레콤이 개발한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버스(사진)가 실제 도로 환경에서 첫선을 보였다. 시속 10㎞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디지털미디어시티사거리에서 월드컵파크6단지 사거리 양방향 1.1㎞ 구간을 이동했다.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었고, 운전석 앞 모니터엔 ‘신호가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기까지 87초 남았다’ ‘보행자가 길을 건넌다’ 등 각종 정보가 쏟아졌다.

보행자 모형이 버스 앞을 지나려고 하자 자율주행버스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멈춰 섰다. 앞차가 뒤차로 영상 정보를 보내 앞차에 가려 볼 수 없는 전방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대비하기 때문에 급정거를 피할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이번 시승은 5G융합 V2X(차량·사물 간 양방향 통신) 기술을 통해 각종 교통정보를 자율주행차량에 보내 센서가 감지할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기대감은 의문으로 바뀌었다. 이 기술은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나 도로공사 현장의 근로자 등이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자율주행 차량에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용자가 위치정보 공유에 동의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이 꺼져 있다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버스에 적용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엔 후진 기능이 없었다. 운전자가 직접 핸들을 돌려야 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탄 5G자율주행버스가 중앙선을 넘고, 도로를 통제하기 위해 세워둔 설치물에 부딪치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선보인 자율주행버스는 자율주행 0~5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언제든 수동으로 운전에 개입할 수 있게 경계를 유지해야 하는 수준이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부문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바이두는 완전 자율주행(4단계)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무인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행사장까지) 왔는데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이날 시연은 국내에서 자율주행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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