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권단체 "12일 시위 강경 진압 위한 사전조치"
홍콩 경찰, 개인 식별번호 없애고 시위진압 나섰다가 '된서리'
홍콩 경찰이 개인 식별번호를 없앤 채 시위진압에 나섰다가 "시위 강경 진압을 위한 사전조치 아니었느냐"는 야당과 인권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에서 시위진압에 나서는 경찰 기동대인 특별전술소대(STS)는 통상 오른쪽 가슴 부분에 개인 식별번호를 표시한 제복을 입고 임무를 수행한다.

이는 작전 수행 중 불상사가 생겼을 경우에 책임 소재를 정확하게 가리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까지 개인 식별번호를 표시한 제복을 착용했던 경찰 기동대가 12일 입법회 주변 시위 때는 이를 표시하지 않은 제복을 착용했다.

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송환법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홍콩 경찰은 '과잉 진압'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홍콩 야당과 인권단체는 "이는 시민들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려고 할 때 폭력을 행사한 경찰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며 진상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날 홍콩 치안장관 존 리는 "경찰 제복 위에 개인 식별번호를 표시할 '공간'이 없어 표시하지 못했다"고 답했지만, 이는 홍콩 시민들의 더욱 거센 비난을 초래했다.

홍콩 누리꾼들은 "미인대회 참가자조차 개인번호를 수영복 위에 표시하는데, 경찰 제복 위에 이를 표시할 '공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리 장관을 조롱하는 글을 잇달아 온라인에 올렸다.

12일 시위 강경 진압 후 홍콩 경찰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온라인에는 시위진압에 나선 경찰 400여 명과 그 가족 100여 명의 신상정보를 담은 글까지 올라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지난 9일 100만 명이 참여한 시위와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경찰이 12일 시위 때 평화로운 시위대에 갑작스럽게 최루탄 등을 쏜 증거사진 등을 확보했다"며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