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직고용 추진 대학들 '정년문제 골머리'
서울 내 대학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앞두고 정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령자가 다수인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시 정년이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사례’로 꼽힌 경희대마저 양대 노총의 의견 대립으로 직고용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경희대 청소노동자조합은 경희대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직고용 전환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한국노총은 기존 70세인 정년보장이 직고용 전환 시 65세로 줄어드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은 고령자가 많아 정년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명백한 근로조건 악화”라고 주장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소속 청소노동자 140여 명은 경희대가 설립한 자회사인 케이에코텍에 고용돼 있다. 2017년 경희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를 세웠다. 학교는 6월 말 케이에코텍과 맺은 용역계약을 종료한 뒤 소속 직원을 모두 직접 고용할 계획이었다. 학교는 사무직군 정년(60세)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신규 채용에 한해 정년을 65세로 조정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 제안을 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총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커졌다.

지난 2월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동국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동국대와 민주노총 소속 동국대시설관리분회는 65세 이하는 65세, 신규 채용자는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정년이 크게 줄어들면서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대 역시 정년 문제로 청소노동자가 파업을 벌였다. 2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정년을 1년 더 연장해달라며 기계·설비 노동자들이 벌인 ‘난방파업’에 동참했다. 청소·경비노조는 지난해 정규직 전환 시 정년을 68세로 정했으나 이를 69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