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人事 '대수술'…업무 전문성 중점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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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역량진단제' 도입
상향식 다면평가 전면 시행
상향식 다면평가 전면 시행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진단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역량진단제’를 도입한다. 전문성을 더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한 뒤 이를 부서 이동 등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직원의 전문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것이라는 최고위 경영진의 ‘위기감’이 이번 제도 개편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역량진단제 도입 등의 인사제도 개편안을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2017년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한 이후 2년 만의 인사제도 개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인사평가는 상반기 ‘역량평가’와 하반기 ‘업적평가’로 진행된다. 둘을 합쳐 연말 최종 고과를 매긴다. 역량평가는 승진, 업적평가는 연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량진단제는 올 하반기부터 역량평가를 보완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엔 시범 운영된다. 역량진단제는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1~5등급으로 진단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직원 스스로 자신의 직무전문성을 진단하고 부서장이 등급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장은 진단 결과를 토대로 역량 향상을 위한 조언을 한다. 부서원은 부족한 역량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부서장 등 간부의 리더십을 동료·부하직원들이 평가하는 ‘리더십 다면진단제’도 올해 하반기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성 떨어지면 글로벌 경쟁 뒤처져"…인사제도 개편 통해 조직 쇄신
삼성전자가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1~5등급으로 나누는 역량진단제를 올 하반기 정식 도입하고 부서 이동 등 인사에 반영하기로 한 것은 회사 내부에 팽배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검찰 수사를 차치하고서도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시장의 성장세 둔화, 중국 업체의 도전 등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되는 현 상황에서 직원 개개인이 전문성 향상에 힘쓰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삼성 경영진의 판단이다.
그동안 시행해온 역량평가가 직원의 직무전문성 측정 및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연차, 친분 등에 따라 역량이 평가된다” “근속 연수만 채우면 승진한다”는 식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수뇌부도 인사 태스크포스(TF)의 인사제도 개선안을 보고받으며 ‘전문성 향상’을 유도하는 역량진단제 도입에 크게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전문성 1~5등급으로 평가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인사평가는 상반기 역량평가와 하반기 업적평가로 구성된다. 역량평가는 직원이 정한 ‘역량 목표’ 달성 여부, 부족한 점 등을 서술식으로 적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업적평가는 직원의 연간 성과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두 번의 평가 결과가 합쳐져 최종 인사 고과가 결정된다. 이는 1~4단계로 구분돼 있는 커리어 레벨(CL·삼성전자의 직급 체계) 승격(승진), 연봉 책정 등의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역량평가는 승진, 업적평가는 연봉 산정에 좀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정식 도입할 ‘역량진단제’는 역량평가를 보완하게 된다. 역량진단제는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1~5등급으로 진단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직원이 평가문항에 답하면 상급자가 최종 확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상대평가 방식인 역량평가와 달리 ‘절대평가’로 등급을 결정하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 때 마케팅, 영업, 개발, 소프트웨어 등으로 나뉘어 있는 직무 체계를 더 세분화하고, 직무별 맞춤형 진단 항목을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본격 시행한다. 역량평가도 올해 실시한다.
전문성이 인사 최우선 고려사항
인사제도 개편의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정보기술(IT)산업 환경이 우선 꼽힌다. 스마트폰 산업은 정체기를 맞았고 반도체 시황도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곤두박질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삼성 수뇌부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평가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 향상을 유도하고 조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사평가제도 개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상반기 역량평가가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반성도 역량진단제 도입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재 역량평가는 직원이 연초에 제시한 역량 향상 방안에 주관식으로 서술하면 고과자가 고과를 매기는 식이다.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적당한 인사 고과를 받고 근속 연수를 채우면 CL4(과거의 부장 직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류를 없애고 객관적으로 직무역량을 진단하겠다는 게 삼성 경영진의 의지다. 삼성 관계자는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승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관리자 다면진단도 도입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리더십 다면진단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CL3(차·과장), CL4(부장) 직급이 주로 맡고 있는 파트장(인사고과자)의 역량을 아래 직급 직원이 진단하게 하는 제도다. 상호 견제를 통해 인사고과자의 전횡을 막고 아래 직급 직원의 중간관리자 평가를 적극 반영해 입체적인 인사진단을 시행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인사 TF는 매년 하반기 하는 업적평가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1~4단계로 구성된 CL 단계 축소 등의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번 개편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업적평가 제도 개선 등은 내년 이후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 안팎에선 인사 TF가 역량진단제 안착 여부 등을 살펴본 뒤 업적평가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황정수/좌동욱/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역량진단제 도입 등의 인사제도 개편안을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2017년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한 이후 2년 만의 인사제도 개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인사평가는 상반기 ‘역량평가’와 하반기 ‘업적평가’로 진행된다. 둘을 합쳐 연말 최종 고과를 매긴다. 역량평가는 승진, 업적평가는 연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량진단제는 올 하반기부터 역량평가를 보완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엔 시범 운영된다. 역량진단제는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1~5등급으로 진단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직원 스스로 자신의 직무전문성을 진단하고 부서장이 등급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장은 진단 결과를 토대로 역량 향상을 위한 조언을 한다. 부서원은 부족한 역량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부서장 등 간부의 리더십을 동료·부하직원들이 평가하는 ‘리더십 다면진단제’도 올해 하반기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성 떨어지면 글로벌 경쟁 뒤처져"…인사제도 개편 통해 조직 쇄신
삼성전자가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1~5등급으로 나누는 역량진단제를 올 하반기 정식 도입하고 부서 이동 등 인사에 반영하기로 한 것은 회사 내부에 팽배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검찰 수사를 차치하고서도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시장의 성장세 둔화, 중국 업체의 도전 등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되는 현 상황에서 직원 개개인이 전문성 향상에 힘쓰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삼성 경영진의 판단이다.
그동안 시행해온 역량평가가 직원의 직무전문성 측정 및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연차, 친분 등에 따라 역량이 평가된다” “근속 연수만 채우면 승진한다”는 식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수뇌부도 인사 태스크포스(TF)의 인사제도 개선안을 보고받으며 ‘전문성 향상’을 유도하는 역량진단제 도입에 크게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전문성 1~5등급으로 평가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인사평가는 상반기 역량평가와 하반기 업적평가로 구성된다. 역량평가는 직원이 정한 ‘역량 목표’ 달성 여부, 부족한 점 등을 서술식으로 적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업적평가는 직원의 연간 성과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두 번의 평가 결과가 합쳐져 최종 인사 고과가 결정된다. 이는 1~4단계로 구분돼 있는 커리어 레벨(CL·삼성전자의 직급 체계) 승격(승진), 연봉 책정 등의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역량평가는 승진, 업적평가는 연봉 산정에 좀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정식 도입할 ‘역량진단제’는 역량평가를 보완하게 된다. 역량진단제는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1~5등급으로 진단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직원이 평가문항에 답하면 상급자가 최종 확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상대평가 방식인 역량평가와 달리 ‘절대평가’로 등급을 결정하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 때 마케팅, 영업, 개발, 소프트웨어 등으로 나뉘어 있는 직무 체계를 더 세분화하고, 직무별 맞춤형 진단 항목을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본격 시행한다. 역량평가도 올해 실시한다.
전문성이 인사 최우선 고려사항
인사제도 개편의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정보기술(IT)산업 환경이 우선 꼽힌다. 스마트폰 산업은 정체기를 맞았고 반도체 시황도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곤두박질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삼성 수뇌부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평가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 향상을 유도하고 조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사평가제도 개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상반기 역량평가가 직원의 직무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반성도 역량진단제 도입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재 역량평가는 직원이 연초에 제시한 역량 향상 방안에 주관식으로 서술하면 고과자가 고과를 매기는 식이다.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적당한 인사 고과를 받고 근속 연수를 채우면 CL4(과거의 부장 직급)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류를 없애고 객관적으로 직무역량을 진단하겠다는 게 삼성 경영진의 의지다. 삼성 관계자는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승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관리자 다면진단도 도입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리더십 다면진단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CL3(차·과장), CL4(부장) 직급이 주로 맡고 있는 파트장(인사고과자)의 역량을 아래 직급 직원이 진단하게 하는 제도다. 상호 견제를 통해 인사고과자의 전횡을 막고 아래 직급 직원의 중간관리자 평가를 적극 반영해 입체적인 인사진단을 시행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인사 TF는 매년 하반기 하는 업적평가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1~4단계로 구성된 CL 단계 축소 등의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번 개편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업적평가 제도 개선 등은 내년 이후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 안팎에선 인사 TF가 역량진단제 안착 여부 등을 살펴본 뒤 업적평가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황정수/좌동욱/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