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다. 눈 뒤쪽 시신경이 계속 손상되면서 점차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실명한다. 녹내장이 있으면 안압이 높아지는데 이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최근 스텐트를 활용해 이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승수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안과 교수(사진)는 녹내장 스텐트 삽입술을 14건 시행하고 그 결과를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스텐트는 철망으로 만들어진 가는 관이다. 좁아진 혈관 등에 넣어 넓히는 데 활용된다.

눈 속에는 물이 들어 있다. 이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순환이 안 되고 안압이 높아지면 녹내장이 생긴다. 시신경이 망가지다가 결국 실명한다. 녹내장은 크게 폐쇄각 녹내장과 개방각 녹내장으로 나뉜다. 눈 속에 있는 물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막혀 안압이 오르는 것을 폐쇄각 녹내장이라고 한다. 통로가 열려 있지만 시신경이 망가지는 것을 개방각 녹내장이라고 부른다. 국내 녹내장 환자의 90%는 개방각 녹내장 환자다. 개방각 녹내장은 주로 양쪽 눈에 생긴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가 심해지면 증상이 생겨 조기에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안압이 높아지면 안약으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약이 잘 듣지 않는다. 이들은 수술을 받는다. 물이 나가는 장치를 넣거나 조직을 일부 절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수술을 하면 눈 주위 흰자위인 결막을 많이 절개해야 해 수술시간이 길다. 말랑말랑한 눈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노 교수는 이런 환자에게 스텐트를 넣어주는 치료를 지난해 시작했다. 국내 처음이다. 안구에 1.8㎜ 정도 절개창을 내고 길이 6㎜ 정도인 작은 튜브를 눈 속에 넣는다. 이 튜브를 통해 눈에 있는 물이 결막 아래 공간으로 빠져나가도록 돕는 미세절개 수술이다. 결막하 녹내장 스텐트 수술이라고 부른다. 안구 절개 범위가 작아 수술시간이 5~10분 정도로 매우 짧다. 수술할 때 통증도 거의 없다. 기존 수술보다 회복기간도 짧다. 안압은 기존 수술만큼 낮출 수 있다. 효과가 있으면서 안전한 수술로 인정받아 미국 유럽 등에서는 6~7년 전부터 많이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아 시작됐다.

노 교수가 이 수술법으로 환자를 치료했더니 수술 전 평균 29.14mmHg였던 안압이 수술 한 달 후 12.93mmHg로 50% 정도 낮아졌다. 대개 정상 안압은 10~20mmHg 사이다. 스텐트 수술을 받은 뒤 환자 대부분의 안압이 정상 수준으로 낮아졌다. 염증이나 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도 없었다. 노 교수는 “녹내장 스텐트 삽입술은 속눈썹처럼 얇고 미세한 크기의 스텐트를 안구 내에 삽입하는 정교한 시술”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의 시신경 손상 정도와 녹내장의 진행 특성을 잘 이해하고 녹내장 수술 노하우를 충분히 축적한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조기 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서 실명되는 시기를 늦추는 게 최선이다. 안압이 높거나 40세 이상인 사람,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은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정상 안압이면서 녹내장인 환자도 많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인 사람 등은 적정 안압이 각각 다르다. 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적정 안압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