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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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였던 카라 골딘 힌트워터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음료업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힌트워터’를 내놓은 건 본인이 필요해서였다. 골딘 CEO는 콜라를 입에 달고 사는 탄산음료 중독자였다. 그는 임신 중 당뇨 진단을 받으면서 더 이상 탄산음료를 마실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고 심심한 맹물을 도저히 마실 수 없었다.

골딘 CEO는 ‘건강하고 맛있는 물’을 콘셉트로 삼은 음료 제조회사를 직접 차렸다. 그는 “다이어트, 저칼로리 등의 달콤한 말에 속아 설탕을 퍼부은 음료를 마시다 보니 당뇨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믿을 만한 음료 회사가 없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잦은 야근과 업무 압박에 시달리는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이 카페인 음료 대신 건강에 좋은 힌트워터를 마신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사는 성장세를 탔다.

“건강에 좋은 물, 맛도 좋아야”

힌트워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있는 음료 제조업체다. 주력 상품은 키위, 수박, 파인애플 등 과일 추출액을 넣은 13가지 맛의 ‘힌트워터’다. 과일 추출물로 단맛을 낸 탄산수 ‘힌트 피즈’도 인기다. 이 제품들은 모두 색소와 설탕,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았다. 몸에 좋지 않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게 이 회사 원칙이다.

골딘 CEO는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1989년 대학 졸업 후 언론사, 전자상거래업체 등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01년 셋째 아이 출산을 계기로 전업 주부가 됐다. 음료 사업에 뛰어든 건 넷째 임신 때였다. 임신 중 당뇨를 겪은 그는 탄산음료를 끊고 과일맛 물을 만들어 먹었다. 100% 과일 추출물로 맛을 낸 물이었다. 설탕과 인공 감미료가 없지만 과일의 향과 단맛이 풍부하게 배여 탄산음료에 길들여진 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주변 권유로 2005년 본인의 차고에 회사를 차렸다. 골딘 CEO는 “방부제를 넣지 않고 일정 기간 제품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중요했다”며 “동시에 과일 맛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게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고온살균을 통해 방부제 없이도 18개월간 물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힌트워터는 이 기술 덕분에 상업화에 성공했다.

미셸 오바마의 ‘물 캠페인’ 호재 얻어

2013년 미셸 오바마 영부인이 물을 마시도록 권장하는 ‘드링크업(drink up) 캠페인’을 한 것은 이 회사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사회적으로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자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드링크업 캠페인은 어린이 비만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힌트워터가 주목받았다.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어린이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맛있는 물이 필요했다.

힌트워터는 설립 10년 만인 2015년 매출 7000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음료업계가 주목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자리매김했다. 골딘 CEO는 “처음엔 시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설탕 없이 달콤한 물이라는 걸 난생 처음 듣다 보니 소비자와 유통업자들이 낯설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특색을 없앨 수는 없었다”며 “기존 카테고리에 편승하는 대신 우리만의 특색을 담아 새 영역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힌트워터는 미국 대표 IT 기업인 구글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큰 기회를 얻었다. 카딘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구글에 아는 지인이 본사 직원들이 마시도록 제품을 넣어달라고 했는데 그 수량이 입소문을 타고 점점 늘었다”며 “지금은 구글에만 매년 수백만 병의 힌트워터를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뿐이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우버 등 미국의 주요 IT 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들의 냉장고에는 힌트워터가 가득하다. 힌트워터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요구로 카페인 음료인 신제품 힌트킥을 선보였다. 기존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 특유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단맛을 강조하지만 힌트킥은 무설탕 에너지 드링크다. 골딘 CEO는 “구글의 식당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건강한 에너지 드링크 음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힌트킥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다른 에너지 드링크 음료에 비해 카페인 함량도 낮은 편이다.

소비자의 요구 그대로 수용

힌트워터는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하다. 중간 유통업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다. 2014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강화했다.

골딘 CEO는 “B2C 전략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데이터를 모으면 소비자 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환자들이 설탕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도록 병원 음식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는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힌트워터의 다음 목표는 피부미용 등 다른 영역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골딘 CEO는 “미국인들이 단 걸 좋아하니까 설탕만 뿌리면 소비자가 열광할 것이라는 생각하는데 이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비단 음료뿐만이 아니라 미용 제품 등에도 힌트워터의 컨셉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