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서울시 제공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올해 첫 도입한 4급 승진 역량평가에서 고연령·기술직 승진대상자들이 대거 탈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역량평가가 주로 순발력 측정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특정 연령대와 직렬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불과 한두시간만으로 역량을 가려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8일과 9일, 14일과 15일 이틀씩 4급 승진대상자인 5급 사무관 9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역량평가에서 전체 합격률이 61.5%로 나타났다. 총점 7점 만점에 합격기준점수는 3.5점이었다. 역량평가는 서울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개발해 올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5급 사무관은 4급 승진 심사대상에도 들어갈 수 없다.

역량평가는 주로 순발력과 상황대처능력 측정에 초점을 맞췄다. 첫날엔 단시간 내에 다수의 자료를 읽고 보고서를 작성한 뒤 질문을 받는 ‘인바스켓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50분간 15~16장의 사설 및 보고서 등을 읽고 A4용지 2장 분량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식이다. 다시 15분동안 주어진 자료를 읽고 난 뒤 15분동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했다. 둘쨋날에는 면접자가 과장의 입장에서 기자 역할을 맡은 면접관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롤 플레이 면접’이었다. 30분동안 15~16장의 자료를 읽고 25분동안 면접관 2명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식이다.

문제는 연령별, 직렬별로 합격률 차이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30대에서는 행정직과 기술직 전원이 합격했다. 40대에서도 합격률은 84.2%를 나타냈지만, 50대에서는 전체 합격률에 크게 미달하는 47.9%의 합격률을 보였다. 특히 기술직은 40대와 50대를 합쳐도 45.2%에 그쳤다. 행정직 공무원 51명이 응시해 37명이 합격하면서 72.5%의 합격률을 나타낸 반면 기술직은 44명이 응시했는데 합격자수는 21명(합격률 44.7%)에 불과했다. 기술직에서는 6개 직렬이 있는데, 이 중 전기직에서는 응시자 3명이 전원 탈락하기도 했다.

이번 역량평가 방식에 대해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리지 않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과장급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순발력테스트에 가까워 실제로 과장 직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측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직 팀장급 관계자는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기술직에게 갑자기 생판 모르는 분야를 주고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은 순발력테스트를 일괄 적용하는 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방식이 고연령대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팀장급 관계자는 “불과 한두시간의 테스트로 역량을 평가한다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며 “순발력에 있어서 고연령대일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다른 팀장급 관계자는 “보고서를 구상해놓고도 실제 작성이 느린 탓에 중간에 끊긴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평소 업무 성과를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역량을 평가하는 ‘추적-관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승진대상자가 과거 작성·수정한 보고서도 많은데 이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아깝다”며 “민원인을 가장해 평소 태도를 평가하는 등 승진연차에 도달한 인력들을 대상으로 더 합리적으로 역량평가를 하는 방식도 검토해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같은 방식이면 승진대상자들이 평소 업무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업무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윤보영 서울시 인사과장은 “첫 시행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평가대상자를 한정했는데 앞으로는 4급 승진소요연수를 채운 인원 전원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