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꿀 신용카드’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5년 동안 흑자를 낼 만한 신용카드 상품만 시장에서 팔도록 허용해준다는 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할 상품 출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흑자 카드'만 판매 허용해주겠다는 금감원
5년 동안 흑자 낼 상품만 허용

11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열린 ‘상품수익성 분석 합리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앞으로는 5년간 흑자를 낼 만한 신용카드 상품만 승인을 내주겠다는 안을 카드사에 전달했다. 카드사 간 출혈 마케팅 등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금도 신용카드 신상품을 출시하려면 금감원의 약관심사를 거쳐야 한다. 개별 회사의 상품 수익성 분석 방법이 통일되지 않아 감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TF는 통일된 분석틀을 새로 만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말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이후 ‘수익성 보전 방안이 부족하다’는 카드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TF를 출범했다. 금감원 담당자와 각 카드사 재무팀장이 참석하고 있다.

금감원 안에는 새 카드상품의 미래 5년간 수익성을 따질 때 카드론(장기 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 카드대출) 등 금융수익을 새로 넣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진 일시불과 할부 등 신용결제에서 얻는 가맹점 수수료와 이자 수익만 계산했다. 비용을 따질 땐 1회성 마케팅 비용과 간접비를 의무적으로 넣기로 했다. 이전에는 일정 비율의 간접비와 포괄적인 마케팅 비용을 계산했지만 한층 더 강화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카드사 ‘당국 칼자루만 강화’ 반발

카드사들은 정작 업계의 수익성을 제고할 방안은 빠지고 당국의 심사 기능만 강화한 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 5년간의 수익성을 따지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수익성을 따지는 기간이 ‘5년간 동일 상품을 유지하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작 이번 TF에선 부가서비스 의무유지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여달라는 카드사들의 요구에 대해선 별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회성 마케팅비를 비용에 넣는 것에도 반발이 적지 않다. 비용 기준이 강화되면 소비자에게 좋은 혜택을 주는 신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건전한 경쟁이 위축돼 기존 순위만 고착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과 같이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카드는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가져가던 혜택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계산 시 금융상품 판매 수익을 잡는 것에 대해선 회사별로 손익계산이 엇갈린다. 카드론 영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그렇지 않은 카드사와 지방은행 내부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강화한 기준을 적용받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개별 신용카드 고객이 사용할 금융상품 수익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고, 수익 항목을 늘리는 건 오히려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는 정책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TF가 진행 중으로 아직 안이 확정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12일까지 각 카드사 의견을 모아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간 출혈경쟁 방지, 업계 경쟁력 제고라는 TF 목표는 뒷전이고 감독당국의 권한만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