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농도 1%미만으로 낮은 세금 부과
정부, 관계 부처 합동회의 진행
11일 현행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흡입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돼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제조, 수입, 판매허가, 경고 문구와 성분 표기 원칙뿐만 아니라 기존 담배에 적용되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카트리지에 담겨 있는 용액의 니코틴 농도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즉 니코틴 용액 0.7㎖ 기준 담배소비세 440원, 개별소비세 259원, 지방교육세 276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68원, 부가가치세 409원 등 총 1769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는 소비자가격(4500원) 대비 세금 비중이 39.3%로 일반담배(73.8%·3328원), 궐련형 전자담배(66.8%·3004원) 비해 낮다.
릴 베이퍼와 쥴이 동시에 인기를 끌자 담배 시장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과세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연초(煙草)의 잎'을 '연초(煙草)나 니코틴'으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전부 또는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것까지 확대해 유사담배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기존 담배와의 규제, 과세 형평성 문제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에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도 액상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를 담배 규제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 담배와의 과세형평성은 맞춰질 수 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커진다. 업계와 소비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국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고 러시아는 1㎖ 당 한국보다 낮은 12루블(약 222원)을 부과하고 있다. 스위스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꾸준히 쥴을 사용하고 있다는 서울 강남의 안 모(40)씨 "기존 담배에 비해 타격감은 확실히 부족하지만 나같이 금연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쥴은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지금도 가격이 싸다는 느낌은 없는데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는 게 과연 국민 건강을 위한 일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와 관련한 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연초를 끊고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담배를 이용하려고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건데 거기에 세금을 붙이면 어떡하란 말인가"라며 "액상형 전자담배는 연초가 해로운 것에 비해 2%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영국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금연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행위"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형평성 논란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해외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세금을 낮게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세금 인상은 소비자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진행하고 연구 용역을 맡기는 절차에 돌입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