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와 배당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에게 물리는 종합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또다시 정치권에서 추진돼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건전한 금융상품 투자자에게 ‘부자 증세’ 딱지를 붙이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까지 낮추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달 초 대표 발의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금융소득 연간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개인의 금융소득을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합산해 최고 42%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14%의 단일세율로 분리과세 대상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금융소득은 상위 10%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불평등이 심각하다”며 “금융자산이 5억원 이상인 자산가여야 연간 1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합과세 기준액을 낮춰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은 내년 1700만원→2021년 1400만원→2022년 1000만원 등 단계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법 개정 취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중산층이 주로 투자하는 상품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일시에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연 7.4%의 목표수익률이 제시된 ELS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조건을 계속 충족하지 못하면 만기가 최장 3년까지 연장된다. 이런 경우 5000만원만 투자해도 3년 뒤 한꺼번에 1100만원의 수익금이 지급돼 유 의원이 제시한 종합과세 기준액(1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 조성욱 미래에셋대우 WM센터원 센터장은 “ELS처럼 몇 년치 수익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상품은 소액 투자로도 종합과세 기준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빈번해질 것”이라며 “금융소득 신고 관련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 후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노년층이 떠안을 불편과 비용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에 대해 조세저항과 풍선효과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낮추라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의 지난해 권고를 거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13만 명 수준인 종합과세 대상자가 기준액 인하로 약 40만 명까지 늘어나면 은퇴자 등을 중심으로 조세저항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과세 강화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등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