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불법 폭력 시위가 도를 넘고 있다. 민간 기업의 주주총회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 공공기관인 검찰청과 정부청사도 무단 점거했다. 청와대 빼고는 다 점거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폭력 시위 명목으로 민주노총 간부급 인원이 구속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이마저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6명 중 3명만 구속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구속된 간부를 석방하라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3일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200여 명이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열고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25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나 이튿날 모두 석방됐다.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밧줄을 이용해 경찰저지선을 뜯어내고 있다.  /한경DB
지난 4월 3일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200여 명이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열고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25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나 이튿날 모두 석방됐다.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밧줄을 이용해 경찰저지선을 뜯어내고 있다. /한경DB
입법, 행정, 사법 모두 점거

지난 5월 3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4월 국회 앞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주노총은 3월 27일과 4월 2~3일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연이어 열었다. 당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경찰의 차단벽을 뚫고,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며 본관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수차례 충돌했다.

경찰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33명을 현장에서 체포했으나 전원 불구속 수사를 결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 중 김 위원장은 경찰이 두 차례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민주노총은 기습적으로 국회 담을 넘어 본관 침입을 시도했다. 경찰을 폭행한 2명을 포함해 노조원 14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나 모두 석방됐다.

정부청사를 점령하는 일은 예사다. 올 4월 15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등 100여 명은 부산시청 로비와 시장실을 점거했다. 부산시가 부산 동구에 있던 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한 데 따른 항의 시위였다. 사흘간의 점거 농성이 이어진 끝에 오거돈 부산시장이 “동상 재설치를 논의하겠다”며 물러서자 이들은 점거를 풀었다. 3월에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 전북지회 소속 14명의 조합원이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2층 복도를 나흘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사측이 노동자에게 숙소를 제공하지 않으니 고용부가 이를 중재하라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청도 민주노총이 수시로 점거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민주노총 산하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등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에 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기습 점거했다. 검찰의 퇴거 요청에도 막무가내로 문무일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하자 경찰은 노조원 6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민주노총은 12월 대구지방검찰청에서 또 점거 농성을 펼쳤다. 민주노총 아사히글라스지회는 2017년 12월과 작년 1월에도 대구지방검찰청 청사를 점거해 검찰에 기소됐으나 정작 대구지방법원은 “범죄 목적이 없고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불법 시위에 ‘적반하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번 구속에 대해 노동계의 요구와 저항을 탄압으로 누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겠다”며 “7월 총파업을 문재인 정부 규탄 대정부 총파업으로 방향을 바꿔 재설계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시위·집회 급증

민주노총의 행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작년 11월까지 1년 반 동안 민주노총 집회 신고 건수는 9421건에 달했다. 신고된 집회 참여 인원은 누적 473만 명이었다. 작년 민주노총이 신고한 집회는 7300여 건이 넘는다. 민주노총 집회 신고는 2015년 6291건, 2017년 4403건으로 줄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경찰은 정부의 ‘집회 자유 보장’ 정책 때문에 강경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017년 9월 경찰청은 산하 경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해당 권고안은 살수차, 차벽 등 시위진압 수단 사용을 최대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집회 과정에서 사소한 흠결이 있더라도 경찰력 행사를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경찰이 민주노총의 시위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비판 언론에 대한 적대적 대응도 여전하다. 4월에는 국회 앞 폭력시위를 취재하던 MBN과 TV조선 기자들이 노조원들에게 폭행당하고 스마트폰을 뺏기기도 했다.

정부청사는 물론 국회, 검찰청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민주노총의 폭주 이면에는 자신들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라는 채권 의식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주노총이 이른바 ‘촛불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을 폭행할 정도로 공권력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도 정부가 처벌은커녕 법적 책임도 지우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의 불법·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배태웅/김순신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