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삼성전자의 텃밭인 초대형 TV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연말까지 70인치 이상 TV 라인업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와 북미 지역 등에서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전자 안팎에선 권봉석 홈엔터테인먼트(HE)·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사장·사진)이 초대형 TV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TV 제품 두 배 늘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나노셀 기술을 적용한 86인치 ‘LG 슈퍼울트라 HD TV AI ThinQ’를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다음달 북미 지역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내놓은 프리미엄 LCD(액정표시장치) TV 가운데 가장 크다. 1㎚(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분자들이 색의 파장을 조정해 정확한 색과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올 하반기에도 ‘88인치 8K(해상도 7680×4320) 올레드 TV’ ‘75인치 8K 슈퍼울트라 HD TV’ 등 프리미엄 초대형 TV를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10종 미만인 70인치 이상 TV 모델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아성에 도전장

그동안 7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했다. LG전자는 경쟁업체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시장의 7.0%였던 70인치 이상 TV 시장 비중(매출 기준)이 계속 커져 2021년엔 1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LG전자도 전략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40인치대 LCD TV를 샀던 소비자들이 최근 초대형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의 전략 수정엔 권 사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올레드 TV와 나노셀 TV를 무기로 하반기에 맹공을 펼치면 초대형 TV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게 권 사장의 판단”이라며 “삼성전자와 한번 붙어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점도 LG전자 전략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70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지난 1분기(1~3월) 삼성전자 점유율은 33.2%, LG전자는 24.6%로 격차는 8.6%포인트다. 지난해 1분기 점유율 격차는 26.5%포인트(삼성전자 41.5%, LG전자 15.0%)였다. 1년 만에 18%포인트가량 축소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미 출시한 77인치 올레드 TV 가격이 1년 전보다 600만원 정도 떨어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초대형 초고화질 TV 계속 확대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적극적인 공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대형 TV를 적극 마케팅하는 업체가 늘수록 관련 시장도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초고화질 초대형 TV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해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26일 국내에서 98인치 8K QLED TV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초대형 TV 중에서도 8K 비중을 늘리는 프리미엄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 26일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60인치 이상 삼성전자 QLED 8K TV 판매 가격을 모델별로 500~1000달러 낮췄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