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 위로하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권양숙 여사 위로하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엔 권양숙 여사와 유족,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당 대표,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민주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유족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장남 노건호 씨는 "10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린다. 1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행사와 공연이 있었다. 노무현 재단 유시민 이사장님과 가족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멀리서 찾아준 부시 전 대통령께도 감사 말씀 올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부시 대통령의 전략적 능력에 대해 감탄했다. 두 분께서는 재임기간 중 많은 일을 일구어냈다. 한미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 우정과 추모의 뜻을 표현해주신 데 대해 유족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정치적 삶을 채우셨다. 깨어있는 시민,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이 정치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신조였다. 한국은 이제 아시아 최고의 모범 민주주의 국가다.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나갈 것이다. 아버님은 우리 국민들이 이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을 마쳤다.

◆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인권에 헌신한 노 대통령에 경의"
묵념하는 김정숙 여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묵념하는 김정숙 여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부시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추모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추도사를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 귀엽고 아름다운 손자, 손녀를 만났다. 환담의 자리에서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은 고인에 대한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는 부시 전 대통령 측 의사를 접하고 두 정상이 함께 촬영한 장면을 포함해 사진 14장을 전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 그렸던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 저는 노 대통령을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한 노 대통령을 생각했다. 친절하고 따뜻한 모습을 생각했다.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분을 그렸다. 오늘 저는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되며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렸다. 목소리를 내는 대상은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여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어떤 목소리든 냈다. 저희는 물론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중요성,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다.이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리고 노 대통령 임기 중 대한민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한 동맹국이었다. 이라크 전쟁의 대한민국의 기여를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념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하고 체결했다.양국은 세계 최대 무역 교류 국가다. 양국 경제는 크게 도움을 받았다.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을 인정하기 위해 'G20' 국가에 포함시키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그릴 때 겸손한 모습을 그렸다. 그분의 성과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의 가치, 가족, 국가, 공동체였다. 그가 생을 떠날 때 작은 비석만 세우라고 했다. 여러분들이 경의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중한 마을, 노무현 재단의 노력으로 추모의 마음이 전달되고 있다.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경의를 표하고 있다. 엄숙한 10주기에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다"라며 말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출국 일정을 이유로 추도식에 끝까지 함께하진 못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 "'바보 노무현' 꿈 위해 전진할 것" 눈물
추도사 하는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추도사 하는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이어진 추도사는 노무현 정부의 첫번째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장이 준비했다.

먹먹한 얼굴로 무대에 오른 문 의장은 "10년 전 오늘 그 새벽 대통령님은 그렇게 떠나셨다. 세월은 벌써 10년이나 흘러버렸다. 대통령이 계시지 않은 봉하의 봄은 서글픈 봄이다. 사무치는 그리움의 5월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2000년 4월 13일은 '바보 노무현'의 시작이었다. '승리니 패배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뿐입니다'라고 19년 전 지역주의에 맞섰던 '바보 노무현'이 남긴 낙선 소감 앞에서, 이분법에 사로잡힌 우리의 정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질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님의 당선은 그 자체로 지역주의 해소의 상징이었다. 완성하지 못했던 세 가지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라는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통해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60대 시절,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저 문희상이 일흔 중반의 노구가 됐다. 10년 만에야 대통령님 앞에 서서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얻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다. 존경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가수 정태춘이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곡을 준비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낙연 "사람들이 연인처럼 사랑한 대통령"
공식 추도사 하는 이낙연 총리 /사진=연합뉴스
공식 추도사 하는 이낙연 총리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다"면서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대선후보 및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대통령님의 도전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다"며 "사람들은 대통령을 마치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다. 지역주의를 비롯한 강고한 기성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의 좌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을 줬다"며 "고통은 각성을 줬다. 각성은 현실을 바꿨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저희는 그 길을 가겠다"라면서 "대통령님은 지금도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과 각성을 일깨우신다. 그것을 통해 저희를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고 계신다. 대통령님은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이고, 저희들도 늘 깨어 있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해 박성호 경남도행정부지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등도 참석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한민국 헌정회 간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 속행 재판에 출석하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영상 = 조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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