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대한방직이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를 쳤다. 발행주식 중 4분의 1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선 배경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최대 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금부자' 대한방직 자사주 매입 소식에 상한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방직 주가는 가격제한폭(29.87%·4750원)까지 오른 2만65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년 내 최고가다. 대한방직이 “발행주식 총수의 25.7%(136만3636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한방직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200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높다.

대한방직은 자사주 매입의 공식적인 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다. 회사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로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자산가치(BPS) 상승이 예상되며, 그동안 배당만으로 충분치 못했던 주주 이익 환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가능한 이유는 대한방직이 대표적인 ‘현금부자’ 종목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올 1분기 말 기준)은 596억원,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과 비영업용 투자부동산의 장부상 가격은 총 1000억원에 육박한다.

증권가는 최대 주주인 설범 회장의 경영권 보호가 이번 자사주 매입의 주요 이유가 됐다고 보고 있다. 설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의 대한방직 지분율 합계가 25.78%로 낮아 경영권 위협에 자주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자사주와 설 회장 측 지분율 합계는 50%를 넘기게 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자사주를 현재 주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공개매수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주친화 대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