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총신대 총장 임기를 시작하는 이 대학 사회복지학과 이재서 명예교수(66·사진)의 말이다. 총신대는 전임 총장의 비리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다 지난달 이 교수가 새 총장에 선출되면서 변화의 전기를 맞았다. 이 교수는 22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구성원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모두가 다시 화합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정년퇴임한 이 교수의 총장 당선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그가 앞을 전혀 못 보는 전맹(全盲)의 시각장애인이어서다. 전남 승주군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진학도 못한 데다 열다섯 살에 시력마저 완전히 잃었다. 총신대 3학년 때 설립한 장애인 선교단체인 한국밀알선교단은 세계 21개국에 100여 개 지부를 둔 사단법인 세계밀알연합으로 성장했다. 그가 서른한 살에 미국 유학을 떠나 사회복지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것도 더욱 전문적인 장애인 선교를 위해서였다.
“제가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총장이 된 데 대해 많은 장애인이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하고 좋아합니다. 그동안 넘을 수 없던 산을 넘어선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책임이 더욱 막중합니다. ”
그가 쓴 책 《내게 남은 1%의 가치》에 이런 말이 나온다. “실명은 내게 엄청난 좌절과 고통을 주었지만, 동시에 보람과 기쁨도 주었다. 실로 실명은 내게 축복의 통로였다.” 역경에 처한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그는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끝인 것처럼 여기고 포기하기 쉽지만 내가 살아보니 전혀 모르는 미래가 있더라고요. 참고 오늘을 견뎌봐야 합니다.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뭔가 다른 내일이 있을 겁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