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작은 병원에 불과한 대전선병원을 경영하던 선호영 박사가 아들을 불러모았다. “병원 경영이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미국 조지타운대(경영학 석사)를 나와 씨티은행 자금부장이던 선승훈 의료원장(60)이 먼저 달려왔다. 펜실베이니아대 졸업 후 미국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던 선경훈 치과병원장(56)과 가톨릭의대 정형외과 교수이던 선두훈 이사장(62)도 곧바로 합류했다. 세 형제는 병원 운영방식을 탈바꿈시켰다. 300명이던 병원 직원 수는 그새 2000여 명으로 늘었다.
대전선병원의 선두훈 이사장(왼쪽부터), 선승훈 원장, 선경훈 원장.  /코렌텍  제공
대전선병원의 선두훈 이사장(왼쪽부터), 선승훈 원장, 선경훈 원장. /코렌텍 제공
삼형제가 올해 코렌텍에서 다시 뭉쳤다. 선두훈 대표가 2000년 창업한 코렌텍은 인공 고관절과 슬(무릎)관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고관절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지난 2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두 형제에게 ‘SOS’를 치고 다시 뭉친 이유다.

선승훈 원장은 지난 3월 선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았다. 선승훈 대표는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 등 경영 전반의 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벽 3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선승훈 대표는 “우리 제품의 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미국을 포함해 30개국 이상에 수출할 정도지만 마케팅 능력이 미흡해 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당장의 과제다. 최근에도 미국 출장을 두 번 다녀왔다. 선승훈 대표는 “대전선병원을 발전시켰듯 코렌텍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경훈 원장도 미국을 두루 다니며 정형외과 전문의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대리점 대표 등 국내외 관계자 100여 명을 초청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제 인공관절 심포지엄’을 연다.

이들은 금속 3차원(3D) 프린터 분야의 강자인 인스텍(코렌텍 자회사)의 기술을 인공관절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선승훈 대표는 “획기적인 인공관절 코팅기술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 형제의 합류로 회사 내에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선승훈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던 코렌텍이 지난 1분기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 고관절은 미국의 4대 메이저 업체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우리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최대”라며 “고관절·무릎관절·어깨관절 등 세 가지 인공관절 분야에선 앞으로 5년 내 메이저 업체와 어깨를 견주는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