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 증가에 법조시장 불황까지 겹쳐 변호사들도 취업시장에서 높은 수익보다 고용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봉 2000만원을 덜 받더라도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공채에 구직자가 몰리고 있다.

2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조상희)에 따르면 지난 17일 마감한 정규직·비정규직 변호사 채용 공모에 각각 76명과 52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인원은 각 5명으로 정규직 경쟁률은 15.2 대 1, 비정규직은 10.4 대 1에 달한다.

법률구조공단은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무료법률상담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내부 인력 구조 개선을 위해 공단은 올해 처음으로 변호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법조계 취업시장에서 비슷한 직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변호사를 동시에 채용한 건 처음이라 이번 채용이 관심을 끌었다.

구직에 나선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임기제 변호사)의 연봉은 7000만~8000만원으로 기본 5년 계약에 추가로 3년씩 2회 재계약이 가능해 최대 11년을 근무할 수 있다. 정규직(‘다’급 변호사)은 공안직 공무원 5급에 준하는 대우로 연봉 5700만원 수준이다. 정년은 65세다.

법률구조공단의 이번 변호사 채용은 ‘평생직장’이 드물고 잦은 이직을 통해 ‘몸값’을 높이는 변호사업계의 풍토가 로스쿨 도입 후 옛말이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직인 변호사의 취업 환경이나 구직 선호도가 일반 대졸 취업준비생과 별반 다를 것 없어졌다는 얘기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마지막 채용이었던 2017년 정규직 경쟁률은 10 대 1 정도 됐는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법조시장이 어렵다 보니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로스쿨 출신 새내기 변호사의 지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기업이나 공공기관 사내변호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 사이에선 과거와 달리 월급은 적지만 경쟁이나 성과 평가에 관계없이 고용이 보장되는 직장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