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이 주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압박에도 현행 최고 21.1%인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해야 친(親)기업 국가 이미지를 지속하고 외국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국민 66.4%는 이날 국민투표에서 현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세제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스위스는 EU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으로부터 법인세율을 인상하라는 압박을 받아 왔다. 인근 독일(29.8%) 프랑스(33.3%)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법인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가 2017년 발표한 조세피난처 리스트에 스위스가 포함되자 스위스 정부는 법인세율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번에 국민에게 물었다. 스위스 국민은 일부 조세 감면은 축소하되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국민투표로 법인세 인상 막은 스위스
세계 주요국들 법인세 인하 경쟁하는데…한국만 '나홀로 인상' 역주행

스위스가 19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현재의 법인세율(최고 21.1%)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법인세를 올려서는 국가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위스는 그간 독일(29.8%) 프랑스(33.3%) 등과 비교해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 유럽연합(EU)으로부터 법인세율 인상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도 스위스 국민들이 법인세율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은 세계가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법인세율을 대폭 낮춘 것을 비롯해 유럽 선진국들도 하나둘씩 감세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법인세율을 내린 국가는 총 14개국이다.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이스라엘, 벨기에, 스페인 등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다. 반면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한국, 라트비아, 칠레, 그리스, 터키, 슬로베니아 등 6개국에 그쳤다.

미국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연방 법인세율을 단숨에 35%에서 21%로 낮추는 파격적인 감세를 단행했다. 일본 아베 정부도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며 법인세율을 34.0%에서 단계적으로 내려 현재 23.3%까지 낮췄다. 일본은 내년까지 법인세율을 20%로 추가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늘린다는 ‘고(高)부담-고 복지’의 유럽 선진국들도 감세를 택하고 있다. 영국은 법인세율을 28%에서 2017년 19%로 낮춘 데 이어 내년엔 17%를 목표로 추가 인하에 나설 계획이다. 스웨덴은 현재 22.0%인 법인세율을 2021년까지 20.6%로 내리기로 했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2022년까지 법인세율을 현재 33.3%에서 25.0%로 인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오히려 올려 세계적인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8년부터 법인세 최고과표구간(3000억원 초과)을 신설하고 이 구간 세율을 25%로 정했다. 종전 법인세 최고세율 22%에서 3%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한국의 25%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중 일곱 번째로 높은 수준(2018년 기준)이다. 한국은 2009~2016년 법인세율 순위로 OECD 16~20위의 중상위권을 유지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순위가 뛰었다.

정연일/설지연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