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운용사 지배구조 개편 활발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최대주주였던 중견 건설업체 아이에스동서가 보유한 자사 지분 상당 부분을 사들였다. 사업 초기 아이에스동서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온 JKL은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독립계 운용사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최근 스톤브릿지캐피탈이 파트너 체제로 전환하고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도 업계 최초로 세대교체를 결정하는 등 PEF 운용사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활발하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중견 건설사 아이에스동서의 투자부문 계열사인 일신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 지분 24%를 사들였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정장근 JKL 대표(사진) 등 임원들이 53.8%, 일신홀딩스가 46.2%를 보유했다. JKL 측 지분이 더 많았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신홀딩스였다. 하지만 이번에 정 대표 등이 24%를 사들임에 따라 일신홀딩스 지분은 22%로 줄어들고 JKL 측 지분이 78%로 늘었다.

2001년 설립한 JKL은 총 10개 펀드, 1조5585억원의 누적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중견 PEF다. 원방테크 등 9개 회사에 투자했다가 회수를 마쳤다. 또 팬오션과 GS ITM, 동해기계항공, 파낙스이텍 등 14개 회사의 주요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롯데그룹의 손해보험 계열사인 롯데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막판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일신홀딩스는 2008년 JKL의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JKL은 동서산업(현 아이에스동서)과 인성건설산업 인수합병(M&A) 거래 자문을 맡았다. M&A 자문사에서 PEF 운용사로 변신하려던 JKL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아이에스동서는 일신홀딩스를 통해 70억원을 이 회사에 선뜻 투자했다. 정 대표, 강민균·이은상 부사장이 30대 초반에 맨몸으로 회사를 세워 자금력이 아쉬웠던 JKL에 아이에스동서의 투자는 단비가 됐다.

아이에스동서는 JKL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높은 지분율 때문에 자회사 관계라는 오해를 받곤 했다. 한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JKL은 명실상부한 독립계 운용사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10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자 지분을 사들여 자체적으로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국내 PEF 시장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SK에너지, 애경산업, 전진중공업 등에 투자하며 1조1000억원의 누적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스톤브릿지캐피탈도 올해부터 파트너 체제로 전환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지난 1월 창업자인 김지훈 대표 외에 3명의 임원을 파트너로 승진시켜 파트너그룹을 신설했다. 파트너그룹은 개별 투자검토뿐 아니라 신규사업 진출, 중장기적인 운용전략 수립 및 리스크관리를 맡는다. 스톤브릿지캐피탈 관계자는 “홍콩에 해외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체투자를 다변화하고 해외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말했다.

정영효/김채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