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족이민 축소, 취업이민 확대'…노림수는 '대선'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고학력자와 기술자를 우대하는 ‘능력’ 기반의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가족이민을 축소하고 취업이민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의회의 반대를 넘기가 어려워 실제 법제화 목적보다는 내년 대선을 겨냥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강력한 미국을 위한 이민제도 현대화’를 주제로 연설하며 새 이민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가족이민을 축소하고 나이, 학력, 기술, 영어 소통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과 전문가, 기술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겠다는게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이민제도는 대부분의 영주권이 낮은 임금을 받는 저숙련자들에게 주어지고 있다”며 “미국 이민법은 천재에 대한 차별이며 재능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제안은 친(親)미국, 친이민, 친근로자적이고 아주 상식적인 것”이라며 “공정하고 현대적이며 합법적인 이민제도”라고 했다.

현재 미국 이민은 가족이민이 대부분이다. 폭스뉴스는 “오늘날 합법적 이민의 90% 가량이 가족 구성원들”이라며 “10% 가량만 능력 기반(이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받은 이민자가 부모와 자녀, 형제 등을 초청하는 가족이민을 ‘연쇄 이민’이라고 부르며, 미국민에게 돌아가야할 일자리를 잠식하고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비난해왔다.

이날 이민정책 계획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대표적인 ‘반(反)이민’ 정책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포함됐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반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우리(미국) 역사에서 미국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공학 학위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조차 “이민의 또 다른 측면을 다루지 않고서는 이 것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이민제도 발표는 의회 입법을 거쳐 시행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불법 이민을 불안해하는 중산층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은 국경 개방, 낮은 임금, 그리고 솔직히는 무법적인 혼란을 제안하고 있다”며 “내년 11월 선거에서 대통령직과 상원을 유지하고 하원을 되찾아 선거 직후에 인준을 받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