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리더십 제1원칙은 '겸손'…실수 인정하고 배움 얻어야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청년은 스물넷에 미국 스탠퍼드대 조교수가 됐다. 학교 밖에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그 회사를 이끌었다. 학교 안에선 컴퓨터과학과 학과장, 공과대 학장을 거쳐 스탠퍼드대 총장이 됐다. 총장에 취임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일곱. 이후 16년간 총장직을 맡았다. 미국 대학 총장 평균 임기의 두 배에 이르는 기간이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존 헤네시 알파벳(구글 모회사) 이사회 의장이자 나이트-헤네시재단 대표(66·사진)의 얘기다. 그는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차세대 리더들에게 리더십에 대해 조언한다.

학교 안에만 머물면서도 충분히 평생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그가 시야를 넓힌 계기는 회사 창업이었다. 헤네시는 1981년 스탠퍼드대에서 했던 연구를 기반으로 컴퓨터회사인 ‘밉스컴퓨터시스템’을 공동 설립했다. 안식년을 활용해 회사 운영에 힘을 쏟았고 5년 만에 기업공개(IPO)까지 이끌었다. 그는 “회사에서 다양한 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소규모 팀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학과와 단과대, 학교가 세상에 더 크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고 싶은 야심이 생겼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그의 ‘리더십 여정’은 시작됐다.

리더십 제1원칙은 '겸손'…실수 인정하고 배움 얻어야
2016년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필 나이트 나이키 창업자와 뜻을 모아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 젊은이들을 세계적인 리더로 키우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면서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저자가 꼽은 리더의 10대 조건은 얼핏 보면 너무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하나하나의 조건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개념과 다른, 새로운 단어로 다가온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고 현실에 적용했는지를 풀어냈기에 흡입력은 더 크다.

저자에 따르면 리더십의 토대를 이루는 원칙은 겸손(humility), 진정성(authenticity), 봉사(service), 공감(empathy), 용기(courage)다. 이는 타고난 심성이 아니라 체득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겸손’도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다. 저자가 스탠퍼드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기 얼마 전 이사회 의장 아이작 스타인은 말했다. “우리가 알아낸 당신의 자질은 그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었소.” 저자는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얼마나 겸손한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자신이 이해한 것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청하는 것,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를 찾는 것이 겸손이다.

어떤 리더는 정리해고가 필요한 상황과 마주하면 컨설턴트 같은 ‘청부업자’의 손을 빌린다. 이는 ‘진정성’과 관련이 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규모 예산 삭감을 위해 해고, 임금 동결, 연구 중단을 결정해야 했다. 학생들의 학자금 지원과 교수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행정 직원 수백 명을 해고해야 했다. 저자는 “언젠가는 직원들에게 조직을 위해 따라와 달라고 부탁해야 할 때가 온다”며 “그럴 때 조직원들이 당신을 그들의 행복과 조직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결코 당신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머지 다섯 가지 조건은 협업, 혁신, 호기심, 스토리텔링, 유산이다. 저자는 “혁신적 변화, 훌륭한 조직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내가 사용한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헤네시가 리더의 조건으로 스토리텔링을 꼽은 것에 대해 “의외이지만 매우 심오한 인재 성장의 조건 중 하나”라며 “리더십이란 서사를 창조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꼽은 유산(legacy)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정말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당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일을 하라.”

책의 마지막에 ‘나에게 가르침을 준 책들’을 정리해놓은 부분도 유용하다. 리더십보다 전기나 역사 분야 책이 많다. 기업뿐 아니라 학교와 정부 부처, 정계 등 다양한 분야 리더들이 일독 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책들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