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지난 9일 이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에서 이런 구상을 보고했으며, 백악관이 이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섀너핸 장관 대행 외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섀너핸 장관이 국방부의 대 이란 군사계획의 개요를 브리핑한 뒤 던퍼드 합참의장이 다양한 무력 옵션의 세부사항을 설명했다고 복수의 미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국방부 보고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계획은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거나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경우 중동에 최대 12만 명의 미군 병력을 보내는 방안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파병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브리핑을 들은 일부 참석자는 파병 규모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12만 병력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동원된 미군 병력에 거의 근접한 규모다. 볼턴 보좌관을 위시한 강경파들은 이러한 군사 계획의 검토를 지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런 과정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란에 대해 가장 강경한 볼턴 보좌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로 평가된다.
중동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파병 규모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는지, 결과적으로 그렇게 많은 미군 병사를 다시 중동으로 보내게 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미국은 또 파병 외에 이란을 상대로 한 사이버 공격 계획도 다듬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YT에 따르면 국방부의 전쟁 계획 구 버전에는 이란의 주요 도시와 전력망, 군부대에 전력 공급을 끊는 일명 '니트로 제우스'라는 사이버 작전이 포함돼 있다.
이란의 주요 시스템에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를 침투시켜 충돌 초기에 이란을 마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복수의 관료는 이러한 계획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업데이트됐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파기와 제재 복원 이후 고조되던 미-이란 갈등은 이달 들어 미국이 항모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상륙함 등을 잇따라 중동에 배치하면서 한층 더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해역에서 상선 4척이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행위)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져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런 공격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리군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