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式 '끝장토론' 대비…LG CEO는 열공 중
‘두문불출(杜門不出).’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최근 동향이다. CEO들은 구광모 그룹 회장(사진)이 주재하는 사업보고회를 준비하느라 외부 행사를 가급적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사업보고회는 지주사인 (주)LG와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회사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1989년부터 30년간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은 13일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계열사별 사업보고회를 시작했다. 이 행사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구 회장을 비롯한 (주)LG 경영진과 차석용 부회장 등 LG생활건강 경영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LG하우시스 등 화학 계열사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들의 사업보고회도 이달 진행될 예정이다.

LG 계열사 경영진은 사업보고회를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6월 구 회장 취임 후 달라진 회의 방식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업보고회부터 경영진의 발표와 보고를 최소화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번 회의는 계열사 중장기 경영 전략에 대한 그룹 차원의 첫 검증 자리다. 구 회장이 처음 주재한 지난해 하반기 사업보고회에서는 주로 작년 사업 실적과 올해 사업 계획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한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 보고회가 실적과 고과 중심의 객관식 문제라면 상반기는 전략 중심의 주관식이어서 훨씬 까다롭다”고 말했다. 사업보고회에는 (주)LG에서 구 회장 외에 권영수 부회장과 사업 관련 팀장, 계열사에선 CEO와 해당 사업본부장만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 인원수는 10명 안팎이다.

지난해 사업보고회 등에서 구 회장과 의견을 나눠본 계열사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사업의 근본을 파고들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올해 사업보고회에선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기조 아래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그룹 안팎에선 그동안 계열사들이 자체 수립한 중장기 전략을 토대로 그룹 차원의 사업 통폐합이나 경영 전략 수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4년간 3조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낸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과 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이노텍 등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거론될 전망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