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주년에 북한 군사행동 재개…한국 경제·증시 영향은 -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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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행동이 1년 5개월 만에 재개되자 나라 안팎으로 온통 시끄럽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열렸던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막상 북한의 군사행동이 재개되자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해외 시각 `우려` 급선회...북미 관계 악화
국제협상은 ‘겁쟁이 전략(chickenship)’과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양분된다.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북미 협상(경우에 따라서는 남북 협상도 포함)은 전자로 다룰 수 없다. 후자처럼 협상 참가자가 마치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와 절박한 심정으로 다뤄야 의도했던 목적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전략은 ‘모(big deal)’가 아니면 ‘도(no deal)’로 끝난다. ‘빅딜’로 끝나면 타결 결과는 역사에 기록되면서 협상 참가자의 위상이 강화되지만 ‘노딜’로 끝나면 그 반대 상황에 놓인다. 경제난과 식량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아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화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재현하거나, 한편으로 러시아 등 배후 세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미사일 발사 재개 등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증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의 반응도 ‘우려’ 쪽으로 급선회되는 분위기다.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이 탄도미사일로 밝혀질 경우 UN의 제재가 보다 강력해 지고 미국과의 관계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국제 제재 리스트에 포함돼 자산동결을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너무 앞서간 文 정부 `곤혹`...경제 악영향 불가피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로 가장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 작년 3월 이후 남북 협상은 △비핵화 추진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원샷 딜’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미국과 UN의 적극 반대에도 남북 경제협력 과제를 ‘통일’을 전제로 너무 앞서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한 정책의 기본 원칙인 ‘베를린 선언’을 변경할 것인가도 국제사회의 또 다른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베를린 선언이란 북한과의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원칙이다.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으나 당분간 이 원칙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역성장(작년 4분기대비 -0.3%)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산업생산이 0.03% 감소하고 소비자물가가 0.02%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지금처럼 완충 능력이 떨어진 여건에서는 충격이 의외로 클 수 있다.
◇ 신용평가사 심사 결과 주목..."원달러 환율 더 오를 것"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달 말까지 3대 평가사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연례 심사가 지속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와 증시 앞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17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도 한 단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 대외 위상이 정체된 지 오래됐다. 엄격히 따진다면 퇴보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국가신용등급은 S&P가 한 단계 상향한 2016년 8월 이후 3년이 다 돼가지만 ‘전망’과 ‘등급’ 조정에서 모두 변화가 없다. MSCI 조정도 2015년 선진국 예비 명단에서 탈락한지 4년이 다 돼가지만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설마했던 한국 간판기업에 대한 해외 시각이 국가신용등급마저 위태로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작년 10월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 이어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난 3월에는 LG화학과 SK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용등급 평가는 두 단계다. ‘실제 등급 조정’과 ‘전망’이다. 실제 등급 조정에 앞서 예비단계 성격인 전망은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로 나뉜다. 한국 간판기업에 대해 내린 부정적 평가는 지적했던 악화 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6개월 후에는 실제 등급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이번 재평가 작업 결과는 중요하다. 더 이상 대외위상이 올라가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MIT·Middle Income Trap)’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세계은행이 처음 사용한 MIT란 신흥국이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선진국 문턱에 와서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다가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 면에서는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 논쟁이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갑작스런 외국인 자금의 유입 근거로 국내 증권사는 저평가 요인을 꼽아 왔다. 하지만 저평가 요인은 금융위기 이후 주가 예측이나 투자 권유 차원에서 계속해서 거론돼온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 문재인 정부 3년차, 北 도발로 더 냉혹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3년째를 맞는다. “Has anything worked(뭐 된 게 있나요)?”라는 한 외신 기자의 말처럼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로 출범 2년 평가가 더 냉혹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급히 지난 2년 동안 남북문제에 쏠렸던 국정운용을 ‘경제’ 쪽으로 우선순위를 두면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남북 협상도 분단된 지 75년이 넘었고 경제력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하면 ‘원샷 딜’보다 동서독 통일 과정처럼 점진적 방식이 바람직하다. 늦긴 했지만 ‘굿 이너프 딜’로 바뀐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북미 협상이 더 열린다 하더라도 ‘빅딜’, 안되면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중재자 역할도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수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미·중 무역 갈등, 노딜 브렉시트, 중국 경기 둔화, 북·미 회담 결렬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너무 불확실하다. 더 이상 대외환경이나 이전 정부와 현 정부, 여당과 야당, 사용자와 근로자 간 비판과 책임 전가로 돌릴 수 없다. ‘프로보노 퍼블리코((Probono Publico·공익을 위하여)’ 정신을 토대로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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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시각 `우려` 급선회...북미 관계 악화
국제협상은 ‘겁쟁이 전략(chickenship)’과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양분된다.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북미 협상(경우에 따라서는 남북 협상도 포함)은 전자로 다룰 수 없다. 후자처럼 협상 참가자가 마치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와 절박한 심정으로 다뤄야 의도했던 목적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전략은 ‘모(big deal)’가 아니면 ‘도(no deal)’로 끝난다. ‘빅딜’로 끝나면 타결 결과는 역사에 기록되면서 협상 참가자의 위상이 강화되지만 ‘노딜’로 끝나면 그 반대 상황에 놓인다. 경제난과 식량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아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화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재현하거나, 한편으로 러시아 등 배후 세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미사일 발사 재개 등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증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의 반응도 ‘우려’ 쪽으로 급선회되는 분위기다.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이 탄도미사일로 밝혀질 경우 UN의 제재가 보다 강력해 지고 미국과의 관계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국제 제재 리스트에 포함돼 자산동결을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너무 앞서간 文 정부 `곤혹`...경제 악영향 불가피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로 가장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 작년 3월 이후 남북 협상은 △비핵화 추진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원샷 딜’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미국과 UN의 적극 반대에도 남북 경제협력 과제를 ‘통일’을 전제로 너무 앞서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한 정책의 기본 원칙인 ‘베를린 선언’을 변경할 것인가도 국제사회의 또 다른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베를린 선언이란 북한과의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원칙이다.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으나 당분간 이 원칙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역성장(작년 4분기대비 -0.3%)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산업생산이 0.03% 감소하고 소비자물가가 0.02%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지금처럼 완충 능력이 떨어진 여건에서는 충격이 의외로 클 수 있다.
◇ 신용평가사 심사 결과 주목..."원달러 환율 더 오를 것"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달 말까지 3대 평가사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연례 심사가 지속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와 증시 앞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17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도 한 단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 대외 위상이 정체된 지 오래됐다. 엄격히 따진다면 퇴보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국가신용등급은 S&P가 한 단계 상향한 2016년 8월 이후 3년이 다 돼가지만 ‘전망’과 ‘등급’ 조정에서 모두 변화가 없다. MSCI 조정도 2015년 선진국 예비 명단에서 탈락한지 4년이 다 돼가지만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설마했던 한국 간판기업에 대한 해외 시각이 국가신용등급마저 위태로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작년 10월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 이어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난 3월에는 LG화학과 SK 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용등급 평가는 두 단계다. ‘실제 등급 조정’과 ‘전망’이다. 실제 등급 조정에 앞서 예비단계 성격인 전망은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로 나뉜다. 한국 간판기업에 대해 내린 부정적 평가는 지적했던 악화 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6개월 후에는 실제 등급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이번 재평가 작업 결과는 중요하다. 더 이상 대외위상이 올라가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MIT·Middle Income Trap)’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세계은행이 처음 사용한 MIT란 신흥국이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선진국 문턱에 와서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다가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증시 면에서는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 논쟁이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갑작스런 외국인 자금의 유입 근거로 국내 증권사는 저평가 요인을 꼽아 왔다. 하지만 저평가 요인은 금융위기 이후 주가 예측이나 투자 권유 차원에서 계속해서 거론돼온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 문재인 정부 3년차, 北 도발로 더 냉혹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3년째를 맞는다. “Has anything worked(뭐 된 게 있나요)?”라는 한 외신 기자의 말처럼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로 출범 2년 평가가 더 냉혹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급히 지난 2년 동안 남북문제에 쏠렸던 국정운용을 ‘경제’ 쪽으로 우선순위를 두면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남북 협상도 분단된 지 75년이 넘었고 경제력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하면 ‘원샷 딜’보다 동서독 통일 과정처럼 점진적 방식이 바람직하다. 늦긴 했지만 ‘굿 이너프 딜’로 바뀐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북미 협상이 더 열린다 하더라도 ‘빅딜’, 안되면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중재자 역할도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수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미·중 무역 갈등, 노딜 브렉시트, 중국 경기 둔화, 북·미 회담 결렬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너무 불확실하다. 더 이상 대외환경이나 이전 정부와 현 정부, 여당과 야당, 사용자와 근로자 간 비판과 책임 전가로 돌릴 수 없다. ‘프로보노 퍼블리코((Probono Publico·공익을 위하여)’ 정신을 토대로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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