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려고 했던 손해보험사들이 인상 시기를 다음달로 연기했다. 인상폭도 당초 ‘최대 2%’에서 ‘최대 1.6%’로 낮췄다. 보험료 인상폭을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본지 4월 24일자 A1, 16면 참조

당국 압박에 꼬리내린 보험사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주요 손보사는 다음달부터 자동차보험료를 1.2~1.6%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내달 초 책임개시일부터 보험료 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해 이달 중순 개별 회사별로 전산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보사들이 1년에 보험료를 두 번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근로자의 노동가동연한(정년)을 현 60세에서 65세로 늘리고, 사고 차량의 중고가격 하락분 보상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당초 손보사들은 이달부터 자동차보험료를 1.5~2%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 보험개발원도 주요 손보사가 지난달 초 신청한 이 같은 인상폭에 대한 요율 검증결과를 통보했다.

금융당국은 손보사의 보험료 인상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사업비 절감 등 자구노력을 선행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험료 인상을 백지화하거나 인상폭을 낮추라는 구두경고를 내린 것이다.

손보사들은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인상 시기를 한 달 미루고 인상폭도 대폭 낮추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보험료 인상폭이 줄어들어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은 적정 손해율(78~80%)을 웃도는 85.9%까지 치솟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