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파문'으로 시끄러운데 '마약김밥' '마약베개' 상호는 괜찮나?
재벌가 및 연예계 ‘마약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란 단어를 상호나 상표에 붙여 광고하거나 마케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딱히 제재 방법은 없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한 침구류업체는 ‘마약베개’ ‘마약이불’ ‘마약매트리스’ 등 ‘마약 시리즈’ 침구상품으로 유명해지면서 이달 홈쇼핑까지 진출했다. 해당 제품 홈쇼핑 방송을 시청하던 주부 김모씨(51)는 “요즘 마약 투약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 뉴스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 홈쇼핑에서 ‘마약’이란 수식어를 내걸고 버젓이 제품을 팔고 있는 게 모양새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허정보업체 키프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퍼퓸’부터 ‘착한마약’ ‘마약침대’ 등의 상표들이 잇따라 등록됐다. 이달에도 ‘마약호떡’ ‘마약마카롱’ 등의 상표가 출원돼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지난해 9월부터 ‘마약’이나 ‘아편’이란 용어를 붙인 상표 출원을 거절하고 있다. 김동섭 YK법률사무소 지식재산센터 변호사는 “수요자가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용어는 상표 등록이 거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등록된 상표를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 유효기간 만료로 갱신을 하더라도 실질 심사를 하지 않아 기존 상표는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표에 관한 권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등록된 상표 내용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상호는 별도 규제가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마약’을 검색하면 ‘마약치킨’ ‘마약떡볶이’ ‘마약김밥’ 등의 음식점 상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되는 상표와 달리 상호는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단속 가능한 법 규정이 없어 ‘마약’이 들어간 상호를 바꾸도록 강제할 수도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특정인 이름을 상호에 넣는 경우에는 별도 검토를 거치지만 이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등록을 받아들인다”며 “이미 등록된 상호를 다시 바꾸라고 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