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휘발유 등 제품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가 껑충…정유업계 '시름' 깊어지나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두바이유는 지난 22일 배럴(158.9L)당 73.4달러로 전날보다 3.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일 73.4달러 이후 5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미국이 한국과 중국 등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유예를 다음달 2일까지만 유지하기로 하면서 세계 3대 원유인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등이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상승이 수요 확대가 아니라 공급 축소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유업체 실적은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을 뺀 정제 마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제품 가격이 먼저 오르고 유가가 뒤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정제 마진도 커진다. 그러나 최근처럼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선 공급 감소로 원유 가격이 올라도 제품값은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마진이 줄어든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의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평균 배럴당 4.5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정유 4사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4분기 국제 유가가 출렁인 데다 정제 마진은 대폭 줄면서 정유 4사는 사상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에쓰오일은 24일, SK이노베이션(SK에너지의 모회사)이 25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선 에쓰오일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242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1분기의 절반 수준인 3424억원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