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씁쓸한 출국길 > 22일부터 8일간 유럽·북미 지역 순방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공항에서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씁쓸한 출국길 > 22일부터 8일간 유럽·북미 지역 순방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공항에서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21일 치러진 두 곳의 일본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전패했다. 2012년 말 2차 집권 이후 보선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보궐선거 불패 신화’가 무너졌다는 평가다.

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4자 대결로 펼쳐진 오사카12구 보궐선거에서 지역정당인 오사카유신회의 후지타 후미다케 후보가 당선됐다. 양자대결로 치러진 오키나와3구 선거에서도 무소속 야라 도모히로 후보가 승리했다. 자민당은 두 지역 보선 중 최소 1석을 확보한 뒤 참의원 선거에 임할 계획이었지만 보선 참패로 향후 정국 운영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번 중의원 보선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전초전으로 여겨지며 집권 자민·공명당 연합과 야권이 당력을 총동원해 전력투구했다. 특히 22일부터 유럽과 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아베 총리가 주말이었던 지난 20일 격전지인 오사카12구를 방문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성과를 과시하며 여권 후보 지지를 호소했지만 선거 판도를 바꾸지 못한 채 체면만 구겼다.

자민당의 선거 참패는 잇따른 정부 고위관료와 자민당 고위인사들의 실언 및 후쿠시마 등의 수산물 수출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일본이 한국에 패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전까지 아베 정권은 2012년 이후 치러진 7차례 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1차례를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자민당 차원에서 보면 2009년 10월 이후 10년 만의 보선 패배가 된다.

일본 언론들은 보선 참패로 아베 총리의 향후 정국 운영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그동안 주요 선거에서 항상 승리하면서 당내 구심력을 유지해왔던 아베 정권에 그늘이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드러났고, 집권당의 기강해이와 권력 누수 현상도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