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서 첫 '월가의 여왕' 탄생 가능성
미국 최대 금융회사 JP모간에서 대형은행 최초로 ‘월가 여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 핵심 임원에 여성 두 명을 임명하고 후계자 경합을 시키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JP모간은 지난 17일 마리안 레이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소비자 대출 부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또 레이크의 후임으로 카드서비스 부문 CEO인 제니퍼 피엡색을 임명했다. 이 두 명은 모두 50세 여성이다. 다음달 1일부터 새로 맡은 업무를 시작한다.

1999년 JP모간에 입사한 레이크는 수년째 다이먼 CEO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인물이다. WSJ는 “레이크가 오랫동안 다이먼 CEO의 뒤를 이을 후임자로 지목돼 왔지만 은행의 주요 사업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레이크가 새로 맡게 될 소비자 대출 부문은 자동차·주택 대출, 신용카드 부문을 총괄하는 JP모간의 주요 사업부서다. 이번 인사를 통해 레이크는 핵심 사업부서를 맡아 본격적인 후계자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도전자인 피엡색 역시 25년간 JP모간에서 근무했다. 이번에 CFO 자리로 이동하면서 차기 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다이먼 CEO의 측근을 인용해 “레이크와 피엡색이 유력한 다이먼의 후계자”라고 전했다. 2005년 12월 취임해 15년째 JP모간을 이끌고 있는 다이먼 회장은 4~5년 후 은퇴할 계획이다. 레이크나 피엡색 중 누구라도 JP모간 CEO로 지명되면 월가에선 역사적인 사건이 된다.

다른 대형 금융사에선 아직 JP모간처럼 여성 CEO를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세대교체 움직임은 일고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7월 주식·채권 트레이딩 부문을 이끌던 테드 픽(50)을 기관증권사업 부문 대표로 승진시키면서 후계구도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프랭크 페티거스 국제사업부 대표(58)도 차기 모건스탠리 CEO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CEO 10년째인 제임스 고먼(61)은 3~5년 정도만 남을 계획이다.

씨티그룹은 2012년 10월 임명된 마이클 코뱃 CEO(59)가 7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60)도 2010년 이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월가의 대표 장수 CEO다. 이들 그룹은 아직 후계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지 않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