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태 기자
박영태 기자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효능과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한 약을 만드는 세계적 의약품 개발 전문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오시네틱스의 김갑식 대표(53·사진)가 밝힌 포부다. 바이오시네틱스의 사업 모델은 기존 바이오·제약기업과는 다르다. 신약이나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에 나노 기반의 제제 개발 플랫폼을 제공한다. 미세한 나노공법을 토대로 알약 크기를 줄이거나 약물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제네릭뿐만 아니라 신약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시중에 출시된 의약품은 물론 개발 중인 신약 상당수가 제형이나 약물 흡수 등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며 “앞선 나노 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갑식 바이오시네틱스 대표 "나노 기술로 K바이오 마중물 역할 할 것"
경북대 화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바이오벤처 유진사이언스에서 기능성 음료를 개발하다가 2004년 창업했다.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의약품 개발에서 차별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서강대 벤처보육센터에 둥지를 튼 김 대표는 유기풍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초임계(임계온도 이상의 유체) 실험을 하며 나노물질을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핵심 기술인 NUFS를 개발했다. 초임계에서 액상으로 바뀌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난용성 약물을 나노입자화하는 원천 기술이다. 잘 녹지 않는 특성을 가진 약물을 나노 구조로 바꿔 체내 흡수율을 높여준다. 약물 흡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약효가 좋아진다. 관련 특허는 10여 개에 이른다. 김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의약품의 40%,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90% 이상이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약물”이라며 “NUFS는 난용성 약물이 물에 잘 녹도록 해 체내 흡수를 돕고 알약 크기를 작게 해 환자 편의성도 높여준다”고 했다.

약물이 녹는 속도도 일정하다. 이 때문에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서방형 제제 개발이 쉽다. 현탁액, 주사제, 점안제 등 다양한 제형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난용성을 띤 대다수 알약은 식후에 복용해야 흡수가 잘 되지만 NUFS 기반 약물은 식사 전이나 식사 중에 복용해도 흡수가 잘 된다”고 했다.

바이오시네틱스는 최근 중견 제약사 한국팜비오에 항진균제 제조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 대비 흡수율이 뛰어나고 알약 크기도 줄인 제네릭 BS-105를 개발한다. 한국팜비오는 국내 판권을 가진다. 항진균제는 위중한 암환자, 에이즈 환자, 수술환자 등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에게 주로 처방한다. 시장 규모는 7억5000만달러를 넘는다. 김 대표는 “환자들이 먹기 불편한 정도로 큰 오리지널 약(17.5㎜)의 절반 크기로 개발 중”이라고 했다. 한국팜비오가 연내 생동시험을 마치고 허가절차를 거쳐 2021년께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네틱스는 나노 기술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원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대기업 한 곳과 간기능 개선 건강기능식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인 하이드로세라마이드는 수출하고 있다. 하이드로세라마이드는 피부 개선, 노화 방지 등에 효과가 있는 세라마이드를 주원료로 하는 분말이다. 강황을 주성분으로 하는 숙취해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12월 코넥스에 상장했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4억원이었다. 올해는 14억원, 2021년 40억원이 목표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자세로 일한다”며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등의 라인업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