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자료 스캔본(PDF파일) 삽니다. 국어, 수학 구하고, 지구과학1 기출도 구합니다. 쪽지 남겨주세요.”

용돈벌이라고?…수능교재 '불법 스캔본' 확산
회원 수가 1700만 명에 달하는 직접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수능 교재를 구매하려는 회원들의 게시글이 매달 100건 넘게 올라온다. 이 중에선 불법 복제한 수능 교재 ‘스캔본’을 거래하는 게시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속이 어려운 채팅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백 권의 교재를 거래하면서 수십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학생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불법복제 교재 판매자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익명채팅방을 개설하거나 ‘텔레그램’으로 거래하면서 단속을 피하는 수법을 이용한다. 직접 거래 사이트에는 “수능 교재 200여 권을 스캔본으로 갖고 있다”는 게시글을 버젓이 올려두기도 한다. 스캔본은 보통 정가보다 25~50% 정도 저렴하게 거래된다. 스캔본을 제작하는 데도 정가의 20~25% 비용만 들이면 된다. 일반 교재보다 사이즈가 큰 모의고사 문제집도 장당 70원이면 복제가 가능하다. 시중에서 1만~1만2000원 선에서 거래되는 모의고사 교재를 제작하는 데 3000원도 들지 않는다. 스캔본을 만들어 한두 명에게만 팔아도 이윤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작권법상 상업적 목적으로 저작권이 있는 도서를 복제해 거래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달 ‘대학교재 불법복제 행위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법 교재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고등학교 주변은 단속 사각지대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온라인 대응팀은 신고나 민원이 접수된 경우에 한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오픈채팅방이나 텔레그램 등은 개인 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직접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교재를 제작한 학원들도 이 같은 불법거래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 영어강사는 “경쟁 학원이 스캔본을 거래한다면 철저히 단속하겠지만 미성년자인 데다 잠재적 수강생인 학생들을 고소하는 건 학원으로서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한 고등학생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강사용으로만 쓰이는 교재는 비싼 학원비를 내기 어려운 학생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그나마 저렴한 스캔본으로 돌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