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 지사의 석방으로 최근 두드러진 부산·경남(PK) 지역 민심 이반이 수습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두 인사의 석방에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당적인 경남 지원 나설 것”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이날 김 지사에 대해 보증금 2억원을 납부하고 경남 창원 거주지에 머무르는 등의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김 지사는 지난 1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77일 만에 풀려났다. 김 지사는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컴퓨터 등 업무방해죄)와 드루킹 김모씨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판결 후 항소한 김 지사는 지난달 8일 “법정 구속으로 발생한 도정 공백이 어려운 경남 민생으로 연결된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가 석방된 데 대해 반색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경남 지역 조선, 자동차부품 업체가 도의 행정적 지원을 받아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층의 결집은 물론, 도의 행정 공백을 우려해 돌아섰던 중도층 민심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하락하고 있는 PK 지역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김 지사 석방에 따른 경남 도정 정상화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에서도 ‘김경수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경남 도정의 조속한 정상화와 경남 경제의 활력을 위해 거당적 노력과 지원을 아낌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이자 살아있는 최고 권력을 풀어놓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뜻”이라며 “대국민 사법 포기 선언”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 눈치 보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석방론’ 점화시키는 황교안

김 지사가 풀려나면서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확정된 형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국정 농단 혐의에 따른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전날 만료됐다. 하지만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형이 확정돼 석방되지 못한 상태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경추·요추 디스크 증세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며 “불에 덴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기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몸도 아프신 데다 이렇게 오랫동안 구금된 전직 대통령도 없었다”며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점을 감안해 국민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공개 촉구한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7일에도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감안한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며 사면에 사실상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과 중년층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은 이날 “당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단결을 운운하는 데 이 문제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정치적 도의도 아닐 뿐 아니라 내년 선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황 대표가 전날 ‘세월호 막말’ 논란을 빚은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을 즉각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최근 중도층을 의식한 행보를 해왔다는 점에서 ‘박근혜 석방론’을 강하게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헌형/신연수 기자 hhh@hankyung.com